(중국 뉴프론티어)"열려라 선물! 韓헤지펀드가 간다"
by조용만 기자
2009.09.29 14:40:00
델타익스체인지, 성장 잠재력 큰 中선물시장에 도전장
"선물 본고장 미국서 쌓은 운용경험 상하이서 펼치겠다"
"1차목표는 시스템 구축..여건 성숙되면 트레이딩 개시"
[상하이=이데일리 조용만 특파원] "이쪽 창에 대두(콩) 다시 띄우고, 대두박과 대두유 거래추이 좀 봅시다." 상하이 선물거래소가 위치한 스지따다오(世紀大道) 빌딩의 한 사무실. 델타익스체인지의 유성근 이사는 본사 파견나온 프로그래머들과 8대의 단말기 앞에서 `열공`중이었다.
델타익스체인지 차이나 직원들이 선물거래시스템 구축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가운데가 유성근 이사. |
더벅머리에 편해 보이는 티셔츠. 선물 본고장인 미국의 헤지펀드 트레이더? 깔끔한 헤어스타일에 넥타이 차림일 거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지만 단말기의 거래정보를 파고드는 모습에선 전투에 임하는 눈빛이 되살아났다.
"중국의 상품선물시장 거래규모는 이미 한국을 앞질렀습니다. 주가지수 선물까지 허용된다면 더 가파르게 성장하겠죠. 중국시장에 맞는 선물 전용거래 시스템을 개발하고, 트레이딩을 통해 중국 선물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추는 헤지펀드가 될 겁니다"
유 이사의 포부는 당차다. 선물거래에 관한 우리의 기술과 기법을 무기로 중국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베팅해 보겠다는 것이다. 시장을 공략할 툴은 두가지. 거래 시스템과 헤지펀드 운용을 통해 단계적으로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생각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이미 한번씩 경험해 온 사업확장 모델이다. 시장에 적합한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후 펀드를 모집, 각종 투자기법을 동원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1차 목표인 선물거래 시스템 개발 및 서비스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유 이사는 "우리나라의 HTS 기술은 중국보다 10년이상 빠르고, 일본도 한국 기술을 배워갈 만큼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한국시장에서 선물전용 HTS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는 우리에게 커 나가는 중국시장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일부 선물사들이 벌써부터 우리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에 설립된 델타익스체인지는 팍스넷에서 선물옵션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던 팀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회사. 여기에 유 이사처럼 선물옵션 트레이딩 자체에 강한 의욕을 가진 멤버들이 가세했다.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마우스 클릭을 통한 주식주문 시스템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증권사 전용개발한 선물옵션 전용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 프로그램 `고수`는 국내 시장에서 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 창립자인 김태완 사장과 유성근 이사의 목표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거래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에 뛰어드는 것. 김태완 사장은 선물의 본고장인 미국 시카고에서 트레이더로 활동했었고, 귀국후 팍스넷에서 선물옵션 부서를 맡아 일하던 중 선물옵션에 `필이 꽂힌` 유성근 이사를 만나 의기투합하게 됐다. 유 이사는 고교 3학년때부터 주식거래를 시작, 대학 대신 시장을 택해 파생쪽을 파고든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이들이 한국을 벗어나 미국 시카고에 진출한 것도 헤지펀드 투자 기법을 배우고 싶다는 의욕과 트레이딩 자체에 대한 욕심이 강했기 때문. 미국에서는 지난 2005년 DX파이낸셜 소프트웨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해외선물 트레이딩 시스템과 미국 헤지펀드 트레이딩 솔루션 등을 구축하며 구력을 쌓았고, 미국선물거래협회(NFA)에 CTA(원자재 투자 헤지펀드)로 등록한 뒤 미스핏(Misfit)과 공동으로 1000만달러 규모의 미스핏-델타 선물펀드를 론칭했다.
미스핏은 2007년 헤지펀드 평가기관인 바클레이즈헤지의 수익률 부분에서 2위를 차지했던 미국의 헤지펀드. 델타측은 시카고시장에서 거래되는 각종 선물을 대상으로 롱숏, 추세추종, 차익거래 등 각종 투자기법을 동원, 수익률 공략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과거 데이터를 분석, 매매 신호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설계해 둔 시스템 트레이딩을 적극 활용했다.
헤지펀드 방식의 선물거래에는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유 이사는 "예를 들어 대두가격이 오르면 대두박(콩깻묵)과 대두유(콩기름) 가격도 오르는 것이 정상인데, 시장수급이나 다른 요인으로 인해 당연히 올라야 되는 상품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이 경우 저평가된 상품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상품을 매도하는 거래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매매를 한다"고 설명했다. 곡물의 경우 주요 상품과 대체작물 가격의 관계를 살펴보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단순히 경기가 좋아지면 수요확대에 따른 가격상승을 예상하고 거래를 하기도 한다.
델타익스체인지는 중국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원용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중국에 진출, 준비작업을 해오던 델타익스체인지는 지난 18일 개소식을 가졌다. 회사소개서에서는 "미국 진출후, 한국 기관과 해외에서 자금을 받아 안정적인 운용 수익을 올리고 있는 헤지펀드(CTA)"라는 점을 명시했다.
현재는 중국 선물시장의 특성을 파악, 시스템을 통해 자동매매가 가능한 최적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중국에서 투자기관 인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선물시장에 뛰어드는 것. 미국에서 원자재 전용 헤지펀드로써 쌓은 경험을 앞세워 중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델타익스체인지 차이나 사무실과 직원 숙소는 상하이선물거래소 바로 옆에 있다. 거주하기에 좋은 입지는 아니었지만 향후 트레이딩, 특히 시스템 트레이딩에서는 정보의 속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지근거리를 택했다. 미국 시카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편하게 생활할 지역보다는 트레이딩 속도가 빠른 지역이 우선이었고, 같은 시카고내에서도 50군데 이상을 돌며 네크워크 안정성과 속도를 테스트한뒤 사무실을 구했다.
마음은 앞서지만 목적지까지는 길이 멀다. 중국은 아직 외국투자자에게 선물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고, 델타익스체인지는 당국으로부터 인가받은 투자기관도 아니다.
그래도 중국이라면 미리 준비하고, 가능성에 베팅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유 이사는 "연말쯤 주가지수 선물시장이 열리고 향후 CTA와 공매도 등도 허용된다면, 중국 파생상품시장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면서 "한국형 파생상품 전문운용사로서, 그동안 축적된 운용 노하우와 미국개척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새 장을 열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