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는 인터넷으로 사는 거야'

by김경인 기자
2005.10.27 14:32:09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병원을 운영하는 짐 맥렌던(62)은 지난 9월 포르셰 박스터 2005년형을 구입했다. 원하는 색상과 옵션을 모두 갖춘 차를 발견할 수 없었던 그는 예전처럼 딜러를 직접 찾아가 주문하는 대신 인터넷을 뒤졌다.

마침내 한 웹사이트에서 남부의 모든 포르셰 딜러의 재고 리스트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중 2명이 그가 만족할만한 차를 갖추고 있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딜러와 접촉했고, 사흘만에 직접 쇼룸을 방문해 계약한뒤 새 박스터를 손에 넣었다.

맥렌던은 "새차 구매를 결정하고 차를 손에 넣기까지 나흘도 걸리지 않았다"며 "그간 여러번 자동차를 구매해 왔지만, 이번 구매는 그 중에서 최고의 쇼핑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통신 인프라와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인터넷을 통해 인류의 삶을 더욱 쉽고 편안하게 만들었다. 책이나 가구, 의류, 악세서리는 물론 심지어 베이글과 같은 먹거리마저도 마우스 `클릭 ` 몇번으로 쉽게 받아볼 수 있다. 박스터(Boxster)와 같은 새 차 역시 안될 이유가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고가` 자동차 구매 정보를 얻거나 실제 구매까지 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인터넷 거래가 구매·판매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자동차딜러 연합이 최근 2만2000명의 딜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4%가 웹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 약 4분의 3은 최근 3년간 인터넷 거래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놨다.

설문에 응한 딜러들은 올해 온라인을 통해 평균 230명의 고객을 얻게됐다. 이는 지난해 116명의 약 두 배에 해당되는 규모다. 온라인을 통해 구매까지 완료하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딜러당 평균 4.9건에서 올해 6월에는 7.5건으로 늘어났다.

자동차 구매자들이 온라인 거래를 선택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정확한 정보를 얻고 어떤 강요도 없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쇼룸에 들어가서 구매 압력을 받는 과정 없이 모든 것을 협의하고 결정한 뒤 구매에 나설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 포레스터의 자동차업계 분석가 막슨 딕슨 번저는 "온라인 구매는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매장에서처럼 허풍과 입발림으로 구매를 강요하지 않아 구매자의 구미에 더 맞다"고 평가했다.

컨슈머리포츠.org, 에드먼즈 닷컴, 켈리블루북 닷컴 등 객관적인 정보 제공 서비스들이 증가한 것 또한 구매를 부추기는 요소다. 에드먼즈 닷컴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를 35개 표준 앵글로 찍은 상세 이미지를 제공한다. 올해의 경우 무려 319개에 달한다.

에드먼즈 닷컴은 또한 매년 새로운 기능을 첨가한다. 올해의 경우 고객들이 다양한 필요를 기반으로 원하는 차종을 선택할 수 있는 검색 기능을 더했다. `5인 가족이 주말 산악여행을 가고싶을 때` 등으로 검색할 경우 그에 적합한 자동차를 매칭해 준다.

제레미 앤윌 에드먼즈 닷컴은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고객들이 매우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오히려 과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조직화 해주느냐가 딜러들이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자동차 판매자들에게는 온라인 판매가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실제 1990년대 업계는 온라인 고객들을 상대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이미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협상에서도 우선권을 쥐게됐다. 결국 판매자들은 예상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의 변화에 발맞춰 판매자도 변하고 있다. 수많은 딜러들이 인터넷 영업부를 설립, 온라인 세일즈 전문인력을 영입했다. 기존 판매에 따른 커미션과는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강매하는 경우도 현저히 줄었다.

카스다이렉트 닷컴, 오토바이텔 닷컴, 카스 닷컴 등 온라인 자동차몰들도 딜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 사이트들은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 제공을 통해 구매자를 모아 자동차 딜러들의 사이트로 연결해주곤 한다. 딜러들을 대신해 판매까지 대행하는 경우도 있다.

NYT는 온라인을 통한 자동차 매매가 구매자는 물론 판매자에게까지 이득을 주고 있다며, 업계의 주 판매 채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