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훈의 옵션길라잡이)옵션민감도-감마②

by지승훈 기자
2002.07.31 16:06:11

[edaily] 지난 주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옵션 감마 효과로 옵션 매수자는 유리한 반면, 옵션 매도자는 불리하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또한 만기 전 옵션의 손익곡선은 곡선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KOSPI200 변화에 따른 옵션 가격의 변화는 델타 뿐만 아니라 감마까지 고려하여 추정해야 한다는 것도 살펴 보았다.

감마 리스크를 정리해 보자. 옵션 매도자에게 있어 감마 리스크란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 옵션 가격은 델타로 측정한 가격 이상으로 상승하는 리스크를 말하는 것이며, 옵션 매수자에게 있어서는 시간이 지나면서(만기가 다가오면서) 곡선 형태이었던 옵션의 손익곡선이 직선 형태로 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흔히 “감마 리스크” 라고 말할 때, 이는 옵션 매도자의 리스크를 말하는 것으로 보면 무방할 것이다. 옵션 매도자는 무한한 손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옵션의 외가격(OTM) 매도 포지션은 감마 리스크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외가격 옵션의 감마는 등가격(ATM)에 비해 작다. 그런데 시장이 급변하면서 외가격 옵션이 등가격 또는 내가격 옵션이 되다면, 감마가 급등하고 이에 따라 옵션 가격도 예상치 이상으로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옵션 매도자의 감마 관리는 그 만큼 중요한 것이다.

흔한 질문 중의 하나는 델타 중립 포지션을 유지하였을 때, 감마 리스크는 제거 되지 않겠는냐 하는 것이다. 즉, 델타 중립 포지션이란 시장의 방향에 대해서 옵션 포지션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므로 (-) 감마 포지션도 델타 중립 포지션을 유지한다면 큰 문제는 없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마 리스크를 “옵션 매도자의 리스크” 라고 생각할 때 델타 중립 포지션이라 할지라도 (-)감마(옵션 매도)에 따른 리스크는 여전히 남게 된다.

미국에서 처음 트레이딩을 시작하는 옵션 트레이더에게 감마 리스크를 무척 강조한다고 한다. 즉, 큰 규모의 (-) 감마 포지션을 취하지 말라는 것이다. 큰 규모의 (-) 감마란 대규모 옵션 매도 포지션을 말하는 것이다. 실례로 미국에서 1985년 봄 금(Gold) 옵션시장에서 금 가격이 급변하였을 때, 대규모 옵션 매도 포지션을 보유한 담당 트레이더는 물론이고 결제 이행 보증을 담당하는 청산소(Clearing House)까지 큰 곤경에 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옵션 감마 리스크에 관한 대표적인 예는 작년 911 미 테러 사태 때일 것이다. 당시 몇몇 증권사는 만기가 다가오면서 옵션 매도의 규모를 늘리고 있었다. 매도 대상은 만기가 다가오면서 내가격 옵션이 될 확률이 적은 외가격 옵션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옵션 만기 하루 전 미국에서 911 테러 사태가 발생하였고, 감마가 거의 0에 가까웠던 외가격 풋옵션의 감마는 급등히였고, 이에 따라 옵션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옵션 매도포지션은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작년 911 테러 이전까지 국내 기관 투자가들의 옵션 매매 전략은 거의 옵션 매도전략이었다. 매도 일변도의 옵션 전략은 911 테러 사태를 계기로 많이 수정된 것으로 보이며(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기관의 옵션 전략은 매도전략 위주이지만) 감마 리스크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나아가 옵션 포지션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옵션의 매도전략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교과서적인 표현으로 하면 “권리”를 파는 것이다. 권리를 팔 때 돈이 들지도 않는다(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하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보증금 성격의 증거금만 있으면 된다). 오히려 권리를 판 대금(옵션 매도 대금)을 받게 된다. 승률 또한 옵션 매도자의 편이다. 68% 확률로 매도를 한다면 옵션 매도자는 3번 중 2번의 승률을 가지게 된다. 또한 95% 확률 하에서는 20번 중 19번이 매도자의 승률이 된다. 산술적인 승률만 따진다면 옵션 매도자의 승률이 더욱 큰 것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전반적인 승률은 높지만, 확률 밖의 옵션에 행사가 들어온다면 큰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쩌다 한번 나타나는 행사 가능성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권리를 산 옵션 매수자는 옵션 매수 대금만 손해 보면 되는 것이지만, 옵션 매도자의 손실은 사전적으로 측정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옵션 매도자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옵션 매도자는 어쩌다 한번 있을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옵션 매도전략이 일각에서 말하는 "누워서 돈 벌 수 있는" 전략은 결코 아닌 것이다. 승률이 높아 쉬어 보이는 것이지 사실상 대단한 리스크를 감내한 결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확률 밖의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옵션 매도자의 손실은 한 옵션 트레이더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맥 라이언은 사랑때문에 잠 못 들었지만, 옵션 매도자는 사건 때문에 잠 못 든다. 1년 거래기간을 250일 이라고 보았을 때 250일 중 단 하루라도 큰 사건으로 인해 시장이 급변한다면 249일 동안 꾸준히 벌었 들였던 수익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손해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누워서 돈 벌 수 있는 전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