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은 마통' 150조 넘게 썼다…역대 최대
by강신우 기자
2024.10.01 14:33:02
작년 연간 117.6조, 3분기 만에 상회
이자만 2000억원…차입횟수 75회 최다
野 “공무원 월급, 한은 차입 활용” 지적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정부가 올해 1~3분기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150조원 넘게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현재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10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3분기 9개월 동안 총 152조 6000억원을 빌렸다가 142조 1000억원을 상환했다.
과거 연도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올해 3분기 말 누적 대출 규모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 아직 4분기가 남아있지만 3분기 말까지로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일시 차입 규모(117조 60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들어 3분기 말까지 일시 차입 횟수도 75회에 달해 지난해(64회) 수치를 뛰어넘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지난 2020년에도, 51회에 걸쳐 102조원을 차입하는 데 그쳤다.
올해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1936억원으로 달한 것으로 산출됐다. 지난해 연간 이자액(1506억원)을 뛰어 넘은 수치다.
일시 대출 이자율은 올해 1분기 3.623%, 2분기 3.563%, 3분기 3.543% 등으로 3% 중반대를 기록했다. 일시 대출 이자율은 지난 2021년 2분기 0.601%까지 떨어졌으나 2022년 1분기 1%대로, 그해 4분기 2%대로, 지난해 1분기 3% 선을 차례로 돌파하는 등 추세적으로 상승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가 한은 일시 대출을 많이 이용하는 것은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다는 의미다.
지난 1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한 ‘대정부 일시 대출금 한도·대출 조건’에 따르면 올해 한도는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을 더해 최대 50조원이다.
상환 기한은 통합계정이 내년 1월 20일, 양곡관리특별회계가 대출일로부터 1년(단 2025년 9월 30일 초과 불가), 공공자금관리기금이 올해 12월 31일이다. 올해 일시 대출 이자율로는 ‘(대출) 직전분기 마지막 달 중 91일물 한은 통화안정증권의 일평균 유통수익률에 0.10%p를 더한 수준’이 적용된다.
임 의원은 정부의 일별 차입 내역을 보면, 전체 68회 중 26회(38%)가 공무원 월급 지급일 하루나 이틀 전에 차입이 이뤄졌다면서, 정부가 극심한 세수 부족으로 공무원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한은 일시 차입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 의원은 “정부가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시급한 예산 지출을 위해 한은의 일시 차입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극심한 세수 부족으로 공무원 월급을 지급하는 데 한은 일시 차입을 활용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