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 거의 없는 두경부암, 조기 발견이 중요

by이순용 기자
2024.07.24 11:16:05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7월 27일은 국제암예방협회에서 제정한 ‘세계 두경부암의 날’이다. 이날은 두경부암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조기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두경부는 머리와 목 부위를 중심으로 가슴, 폐 위쪽으로 눈과 뇌를 제외한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인간의 생존에 필수인 먹고 말하고 숨 쉬는데 필요한 기관인 입, 코, 목, 혀 등이 모두 두경부에 속한다. 두경부암은 두경부에 발생한 모든 종류의 악성종양을 총칭하는 것으로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인두, 침샘, 갑상선 등에 발생한다. 두경부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인두암, 구강암, 후두암, 침샘암 등으로 나뉜다. 갑상선암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두경부암에 속한다.

두경부암의 5년 생존률은 평균 60%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남인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은 것은 물론 두경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치료가 가능하다”며 “두경부암이 주로 발견되는 3~4기에 치료를 받게 되면 주변 기관까지 많이 도려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치료 후 먹지 못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등 큰 장애를 남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의 대표 위험인자는 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이다.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약 15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는 하인두나 후두부에 발생하는 암에 주로 관여한다. HPV는 구인두암 발생과 관련이 깊다. 구인두 편평상피세포암의 약 15~50%에서 HPV가 발견된다. 이 밖에도 위식도 역류, 식도 질환, 두경부의 물리적 자극 등도 위험인자로 꼽힌다.

증상은 발생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구강암은 구강 내 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통증과 혹이 특징이다. 후두암은 초기 목소리가 변하거나 이물감을 느끼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하인두암은 목의 이물감으로 시작해 삼킴 곤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비인두암은 목의 혹이 흔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침샘암은 귀 주위나 턱 아래에 혹이 만져지고, 얼굴의 통증과 안면 마비가 나타난다. 비강에 암이 생긴 경우라면 코피가 나거나 코막힘 증상이 동반된다.



진단은 내시경 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영상검사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PET-C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로 두경부암의 범위와 원격 전이 여부를 정교하게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수술적, 비수술적 치료 모두 적용할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는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 두경부암은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와 같은 단독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암이 진행된 경우 어느 한 가지 치료만으로는 어렵다. 말하거나 삼키는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즉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남인철 교수는 “두경부암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생 위치나 원인, 환자의 나이나 직업 등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가 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흡연의 기간과 양이 많아질수록 암 발병률은 증가한다. 또 HPV의 감염을 막기 위해 건전한 성생활도 필요하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HPV 백신을 사용하면 두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남 교수는 “두경부암은 진단부터 치료, 재건, 재활에 이르기까지 치료 과정이 긴 편이라 치료가 쉬운 암은 아니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암인 만큼 관심을 가지고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