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차도남이 선택한 SUV QM6 가솔린..돋보인 기본기+가성비

by김태진 기자
2019.01.15 10:31:12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김태진 기자= 바야흐로 전 세계가 SUV 전성시대다. 원래 SUV의 용도였던 오프로드와는 다르게 도심용 SUV가 시장을 움켜쥐고 있다. SUV 하면 당연히 ‘디젤’을 떠올렸건만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에는 디젤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다. 디젤은 한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 미세먼지의 주범이 돼 버렸다.

그래서일까. 굳이 지구환경을 들먹이지 않아도 생각이 있는 소비자라면 가솔린 SUV를 장바구니에 먼저 담는다. 그 중심에 르노삼성 QM6 가솔린이 우뚝 서 있다.

흔히 가솔린 SUV 하면 ‘연비가 나빠 가성비가 떨어진다’며 구입을 망설이곤 했다. 그런데 구매 패턴이 바뀌는 현상일까.

요즘 르노삼성 QM6 가솔린이 꽤나 잘 나간다.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가솔린이다. 당당히 국산 가솔린 SUV 판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가성비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연비, 그리고 경쟁 모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도심형 SUV 다운 디자인 빨이다.

QM6는 진정한 도심형 SUV다. 멋진 슈트를 입고 있다. 으레 SUV 하면 연상될 투박한 모습이 아닌, 세련미 넘치는 ‘차도남’이랄까.

독보적인 스타일과 프랑스 감성이 묻어나는 인테리어, 정숙한 가솔린 엔진에 힘입어 출시(2016년) 된 지 3년이 됐건만 아직도 신차 냄새를 풍기며 도심을 누빈다. 그렇다고 QM6가 오프로드에서 젬병일까. 슈트 입은 QM6를 타고 강원도 횡성으로 떠났다. QM6는 거친 산길은 어렵겠지만 임도에서는 충분한 가치를 증명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QM6의 외관은 국산차에서 보기 어려운 세련됨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낯설지 않다. 오래 타왔던 것처럼 친숙하다. 그 이유에는 SM6에서 봐왔던 르노삼성 특유의 패밀리 룩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SM6와 판박이는 절대 아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일체화된 LED 헤드 램프는 통일감을 주지만상단으로 자리를 옮긴 LED 주간 주행등은 차도남 같은 까칠하면서도 똑똑한 인상을 강조한다. 특히 램프를 모두 점등한 채 밤에 보면 영락없이 수입차 필이 난다.

펜더 하단의 플라스틱 마감, 헤드 램프에서 앞 도어로 이어지는 독특한 캐릭터 라인은 QM6만의 디테일이다. 세단인 SM6와 확연히 차별화한 부분이다.사실 QM6는 부산공장에서 만들지만 디자인은 수입차와 마찬가지다.

QM6는 중형 SUV지만 상당히 커 보인다. 직선과 곡선을 적절히 배합해 실제 차량 크기보다 더 크게 보이게 한다. 제원상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가 더 크지만 체감 디자인은 별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커 보이는 디자인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에게 강점이 될 수 있는 디자인 역량이다.

역으로 간 모델도 있다. 현대차 쏘나타 뉴라이즈의 뒷모습은 차를 작게 보이게 하는 마법(?)의 디자인이다. 얼핏 보면 아반떼로 착각할 정도로 작아 보인다. 작아 보이는 디자인 요소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패착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는 크게 보이지 않게 하는 둥근 디자인 요소를 꽤 사용한다. 대신 단단하고 안정감을 추구한다.



실내 디자인은 칭찬만 늘어놓기에는 2% 부족하다. 손으로 만지거나 하는 부분의 소재감은 현대기아가 한 수 우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신 현대기아 동급 SUV와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를 전달하는 건 강점이다. 하단을 다듬은 D컷 스티어링 휠, 다양한 정보 전달을 가능케 하는 7인치 LCD 컬러 계기판이 대표적이다. 인테리어 재질이나 구성이 현대기아를 앞선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QM6는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데 부족하지 않다.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시트다. 별도 머리 보호대가 달린 시트는 지친 몸을 달래주기 부족함이 없다.

뚜렷한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또렸하다. 넉넉한 실내 공간에 비해 2열 시트를 전후로 움직이거나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 없다. 장거리 주행에서 마이너스 요소다. 2열 센터 암레스트에 배치된 열선 스위치 버튼도 생뚱 맞다. 기존 QM5부터 사용하던 형태 그대로다. 원가 절감 때문인지 지적됐던 단점을 이번에도 고치지 않았다. 트렁크 용량은 준수하다. 매직 테일 게이트와 전동 기능이 탑재된 트렁크 적재량은 기본 550리터, 원터치 이지 레버로 간단히 2열을 접으면 최대 1,690리터까지 늘어난다.

QM6의 또 다른 매력은 국사 경쟁 SUV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주행 질감이다. 가벼운 차체와 동급 유일의 CVT 변속기가 새로운 질감의 SUV를 만들어낸 비결이다. 2.0L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 144마력의 출력에 최대토크는 20.4kg.m로 이 체급의 마지노선을 지켜냈다. 힘이 달리지는 않지만 절대 여유롭지 않다. 상대적으로 강한 출력이 필요하면 디젤로 갈아타면 된다. 2.0L 직렬 4기통 dCi 디젤 엔진은 177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8.7kg.m로 폭발적이지 않지만 넉넉하다.

부족한 가솔린 출력을 일본 자트코제 CVT 변속기로 해결한다. CVT는 그동안 높은 효율이 요구되는 하이브리드나 소형차에 주로 사용됐다. 중형 SUV가 CVT를 사용한 건 QM6가 유일하다. 직결감이 떨어지고 흐느적거리는 과거의 CVT와는 격이 다르다. 닛산에서 이미 여러 차종에 사용하면서 갈고닦은 최신 기술을 탑재했다. D-스텝 기능이 마련돼 무단변속기면서도 상황에 따라 가상 기어비를 고정,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쓸 수 있다. CVT 특유의 이질감이 적고 직결감이 뛰어난 점이 매력이다. 위잉~하는 CVT 특유의 변속음도 최소화했다. 엔진의 부족한 출력을 자트코제 CVT가 충분히 커버해준다. 변속 ECU 튜닝을 초반 가속력을 좋게 했다. 무척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대신 시속 80km 이상 가속을 지속하면 서서히 답답함이 느껴진다. 동력 성능은 신선한 면은 없지만 딱히 단점을 찾기도 어렵다. 부드러움과 효율에 극대화한 세팅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덕분에 연비는 11.2~11.7 km/L (3등급~4등급) 가 나온다. 시승차는 19인치 바퀴를 신어 공인연비가 11.2 km/L 다. 실제 도심과 고속도로 300여 km를 주행한 복합연비는 9.6km가 나왔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km 정도 정속 주행을 지속하면 13~14 km/L 가 나온다. 시내에서는 7~8 km/L 정도다.

QM6가 제법 날렵한 주행 질감을 보여주는 또 다른 비결은 가벼운 무게다. 시승차는 풀옵션을 단 최고 트림이다. 공차중량은 1580kg로 경쟁 디젤에 비하면 150~ 200kg 가볍다. 출력당 무게비에서 QM6가 크게 뒤질 게 없는 셈이다. 가벼운 무게는 주행성능뿐 아니라 연비에도 영향을 준다. 최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차세대 CMF 플랫폼 덕택이다. 호환성이 뛰어나 개발비를 아껴줄 뿐 아니라 경량 고강도 설계로 이전보다 강성은 높이고 무게는 줄였다.

출발지는 태릉입구 사무실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거리는 한산했지만 간선도로에는 꽤 많은 차가 있었다. 막히는 도심 환경에서도 시종일관 QM6는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특히 변속 충격이 없는 점이 매력 포인트. 역시나 급가속은 더디다. 엑셀을 꾹 밟으면 위잉 하는 CVT변속기가 힘을 더한다.

QM6 가솔린 모델은 4륜구동 버전이 없다. 오로지 전륜구동이다. 그렇다고 비포장 주행이 어려울까.

포장이 안 된 오프로드 구간에 들어섰다. 적당히 높은 차고 덕분에 돌덩이가 튀어도 임도 주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개천을 통과하기에는 버거울 듯했다. 과감한, 아니 무모한 도전은 래커 차를 대동한 채 해봐야 할 듯해 이번에는 포기했다.

QM6는 분명히 도심형 SUV를 표방한다. 시내와 고속도로 어디에서나 편하고 여유로운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비포장 도로로 가야 하는 오지 캠핑장은 무리일까. 산악 지형만 아니라면 가솔린 전륜구동 모델로도 충분하다. 대부분 도심에서 우여곡절을 겪는 차도남이 가끔씩 한적한 오지 캠핑을 디젤이 아닌 조용한 가솔린 모델로 떠날 때 QM6는 그만이다. 더 이상 설명하면 사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