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현대·기아차 美 판매 영향 '미미'

by김현아 기자
2011.08.08 14:58:32

미국 차 수요 점진적 회복세..둔화 폭 크지 않을 듯
원화보다 엔화 강세로 가격경쟁력 유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주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 P)가 미국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하자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의 미국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관심이다.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2차례의 양적 완화(QE)에 나섰지만 정책효과가 미미했던 만큼 미국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내 차 수요 둔화 폭은 크지 않을 것이며, 환율 문제도 엔고 효과가 원화 강세를 상쇄하면서 현대·기아차의 가격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상반기 사상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26.2%)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7월 미국에서 팔린 차는 105만6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1.3%로 기대치(1.8%)를 밑돌아 소비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실물경제 위기는 예상 범위 안에 있는 만큼 특별한 이슈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0.9% 증가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자동차가 경기에 민감한 건 사실이나 미국 내 수요가 둔화돼도 큰 폭은 아닐 것"이라면서 "1988년, 2001년 등 예전 미국 금융위기때도 수요가 확 빠지진 않았으며 10월 신차가 쏟아져 나오면 회복세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 한 임원은 "이번 사태는 실물경제보다는 돈이 많이 풀린 금융시장에서 조정이 일어난 것"이라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 소비를 크게 줄이지는 않을 것 같으며 수요 회복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경제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1300만대 수준은 될 것으로 예상했다. 1~7월까지 미국 시장 누계판매는 736만6000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연내 105만7000대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게 목표다.


 


미국 내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진 않는다 해도 달러화 약세 , 원화 강세가 수출 기업들에게 짐이 될 가능성은 있다. 

금융 불안 심리가 커져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일시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순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4거래일 동안 1050.50원에서 1067.40원으로 급등, 하루 평균 4.23원씩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적 위상 하락과 달러화 공급 확대가 지속되면서 달러화는 당분간 하락세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 
 
그렇다면 대표적인 수출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어떨까. 최대식 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 위축이 심화되고 있지만 제품경쟁력에 대한 자신감과 일본차의 회복 속도 둔화, 원화보다 월등한 엔화강세 등으로 현대·기아차의 가격경쟁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평균 환율 전망을 1030원 정도로 재조정한 바 있다.

이항구 팀장은 "현대·기아차는 최악의 경우 1000원대까지 환율을 예상했지만 1060원선을 보이고 있다"면서 "엔고 사태가 더 큰 이슈이며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금리가 더 내려가면 차판매 할부금융이 싸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