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저자 탈러 교수 "슬쩍 옆구리를 찌르면 돼"
by안승찬 기자
2009.10.26 15:36:25
(edialy인터뷰)"불완전한 정부 지나친 개입은 문제"
"지나친 창업 자신감 외부서 도와줘야"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넛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여름 휴가지에서 읽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선물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책이다.
`넛지`의 저자이자 행동경제학의 구루인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26일 방한해 기자들과 만났다. 탈러 교수는 간담회에서 "금지와 명령을 사용하지 말고, 그냥 넛지하라"고 강조했다.
| | ▲ <넛지>의 저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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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 찌르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탈러 교수는 이를 `타인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탈러 교수는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정부 관료도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다. 정부가 승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과도한 간여나 간섭보다는 경제주체가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이다.
탈러 교수는 암스테르담 공항에 설치된 파리 그림이 그려진 소변기를 예로 들었다. 남자소변기에 파리모양의 스티커를 붙여놓은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나가는 소변량을 80%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는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라는 경고의 말이나, 심지어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없었다"며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는 얻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러 교수는 정부 정책의 `넛지`의 한 예로 미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공개를 들었다. 탄소배출량을 발표하면 기업들의 자신들의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에 대해 알게 되고, 이런 부담은 기업들의 녹색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가정신과 관련해서도 `넛지`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탈러 교수는 "기업가들의 경우 창업할 때 지나치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내부적 관점(inside view)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벤처캐피탈 등이 외부적 관점(outside view)을 제시해 창업자들의 편견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혼부부의 경우 결혼생활이 100% 성공할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항상 그렇지 못한 것처럼, 창업자들에게도 비지니스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인 툴을 제공할 경우 보다 용의주도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즈에 경제 관련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탈러 교수는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로체스터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