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더 조사해야"…브라질, 미국의 러 스파이 인도 요청 거부
by방성훈 기자
2023.07.28 14:08:31
스파이 혐의로 구금중인 세르게이 체르카소프
브라질 법무부, 미국·러시아의 인도 요청 모두 거부
"조사 위해 당분간 수감"…美, 러와 포로 교환 차질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브라질 정부가 스파이 등의 혐의로 자국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인과 관련, 미국과 러시아의 인도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라질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체르카소프(37)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체르카소프는 미국에서 지난 3월 허위 문서 사용, 신분 위조, 비자·은행·통신 사기 등으로 기소됐다. 브라질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만 “이번 결정은 예비 결정으로 (현재) 브라질 당국이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법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대법원이 조건부로 동의한 러시아로의 인도 계획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 3월 “스파이 혐의에 대한 조사가 완료된 이후에 가능하다”고 결정했고, 러시아는 지난해 체르카소프가 마약 밀매 혐의로 수배됐다며 인도를 요청했다.
체르카소프에 대한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브라질 당국의 입장이다. 플라비우 디노 브라질 법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조사를 위해) 당분간 브라질 감옥에 수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체르카소프의 변호인에 따르면 그는 허위 문서 사용에 대해선 범죄 사실을 시인했으나, 러시아의 스파이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브라질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으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WSJ은 브라질 정부는 이번 결정 사항을 미국에 즉시 통보하지 않았으며,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부당하게 체포·구금된 미국 시민들과의 포로 교환에 체르카소프를 포함시키려 했던 미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덧붙였다.
체르카소프는 1989년 4월 출생한 빅토르 뮐러 페레이라라는 브라질인 이름으로 출생증명서를 부정하게 발급받아 이 증명서를 이용해 다른 허위 신분증을 만든 뒤 수년 동안 브라질에서 이중생활을 했다. 지난해 상파울루에서 체포돼 허위 문서 사용 및 스파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는 브라질리아의 감옥에 수감돼 있다. 당초 15년형이 선고됐으나 브라질 법원은 지난 24일 형량을 5년으로 감형했다. 법원은 체르카소프가 다양한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지른 것이 아닌, 단일 행위를 연속적으로 한 것이어서 형량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