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폐기물 보관에 방재업무까지…"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해야"

by박진환 기자
2022.11.15 06:05:00

대전 방사성폐기물 3.1만드럼 보관 부산 기장 이어 전국2위
각종 지원·보상 제외…16개 지자체와연대 관련법 개정 추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가동 중인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이 방사선폐기물 보관량 전국 2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보상에서 제외, 형평성 논란은 물론 안전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전시와 대전 유성구는 원자력 발전소 지역에 준하는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16개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에 나선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전시, 대전 유성구 등에 따르면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위치한 대전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자력 관련 7개 기관이 밀집해 있다. 이 중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가 1995년부터 가동 중이다. 또 원자력연료 생산 공장 및 전국에 산재한 원자력발전소에서 연구용으로 보내지는 다량의 방사성폐기물이 대전에서 임시 보관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방사성폐기물(중·저준위) 보관현황을 보면 대전에는 3만 1309드럼의 방사성폐기물이 있어 부산 기장 고리발전소(4만 1220드럼)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 규모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과 달리 대전은 ‘연구용’이라는 이유로 원전 사업자로부터 어떤 사회적 비용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2015년 방사능방재법을 개정,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해 방사능 방재업무에 대한 지자체의 의무·책임을 강화했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원자력 관련 시설에서 방사선 비상 또는 방사능 재난이 발생할 경우 주민 보호 등을 위해 비상 대책이 집중적으로 강구될 필요가 있는 곳을 말한다. 2015년부터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는 기존 0.8㎞에서 1.5㎞로 원전지역은 8~10㎞에서 20~30㎞로 기준이 늘었다. 이에 현재 전국 21개 시·군·구가 국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돼 있다. 문제는 정부가 지자체의 방사능 방재업무 관련 책임과 의무는 확대한 반면 지원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314만명이 거주하는 전국의 21개 기초지자체 중 정부의 원전지원금을 교부 받는 지자체는 단 5곳에 불과하다. 이들 지자체는 비상상황과 재난을 대비한 방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방재훈련, 방재교육 등 방재대책 마련을 위한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이에 대전 유성구를 비롯해 울산 중·남·동·북구, 전남 무안·함평·장성군, 전북 부안·고창군, 강원 삼척시, 경남 양산시, 경북 포항시·봉화군, 부산 해운대·금정구 등 16개 지자체는 2019년 전국원전동맹을 결성해 법·제도 정비에 공조하고 있다. 정치권도 지방교부세법 개정(원자력안전교부세)안을 발의했지만 2년째 심사, 계류 중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가동 중인 하나로도 원자력발전소와 동일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고, 원자력 관련 기관에서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은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규모”라며 “방사능 방재업무와 관련된 책임과 의무는 가중되고 있는 반면 국가 차원의 지원은 전무한 실정으로 전국 16개 지자체와 연대해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이 상정,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며 “이 문제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큰 틀안에서 관계부처간 협의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