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도 선별인가” 국민지원금 혼선…내수진작 실효성 지적도
by이명철 기자
2021.07.01 10:20:00
[2차 추경] 소득 하위 80%에 10.7조 지원금 지급
이전소득 승수 효과 낮아…코로나 불안정속 방역 상충
‘전국민 지원’ 청원도 등장 “고용 회복 총력 기울어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전국민 80%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결정했지만 혼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피해계층 선별 지원이라는 정부 입장이 한발 물러선 데다 소득 하위 80% 기준의 적정성 논쟁이 있어서다. 여권에서는 상위 20%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전국민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국회 추경안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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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일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따르면 가구소득 기준 하위 80% 국민 대상으로 국민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급액은 1인당 25만원이고 저소득층 296만명은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원해 최대 1인당 3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예산은 국민지원금 10조 4000억원(국비 8조 1000억원+지방비 2조 3000억원), 저소득층 지원 3000억원이다. 신용카드 캐시백인 상생소비지원금(1조 1000억원)과 소상공인 피해지원(3조 9000억원) 등 3종 지원금 패키지에만 15조 7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33조원에 달하는 이번 추경 규모의 절반 가량을 내수 진작에 쓰는 만큼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률 4.2% 달성도 탄력 받을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8%, 4.0%로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2차 추경을 반영하지 않아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투입 재정에 비해 경제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이전소득은 추가 소비보다는 소비 대체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또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낮아 폭넓은 지원이 저소득층 집중 지원보다 승수 효과가 낮은 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번 추경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 되는 수준인 만큼 규모는 상당한 편”이라며 “경기 진작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이전지출 자체 승수 효과가 높진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KDI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의 경제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포인트였고 추가 소비 진작 효과도 30%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공포 등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서울시·경기도·인천시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자 1일 적용할 예정이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안을 1주일 유예하기도 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소비 대책으로 이동이 많아지면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며 “이전소득 승수 효과가 낮아 경제 성장률 기여도 측면에서는 0.1~0.2%포인트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가장 보편적인 재산 소득 지표인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하위 80%를 결정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소득 80% 기준은 975만 2580원이다. 정부는 연간 소득 1억원 정도를 기준으로 예측했다.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상공인 등 지역가입자는 적용하는 소득이 2019년 기준이어서 코로나19 피해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만 반영되고 재산은 빠지기 때문에 비싼 아파트 등을 보유한 고액 재산가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
건보료 기준 산정의 모호함 때문에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때도 대상을 당초 70%로 정했다가 전국민에게 지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작년 지자체도 건보료를 이용해 지원금을 지원한 사례가 많고 지역·직장가입자 형평 문제도 시정되고 있다”며 “건보료 납부 인프라도 많이 확충돼 이를 활용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일부 여론에서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온다. 소득 하위 79.9%는 지원금을 받고 80.1%는 못 받는 등 형평성 논란이 주된 이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캐시백을 철회하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달라’는 청원글에 이틀만에 2만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소득 상위 20%는 지원금 없이 추가 소비를 해야만 혜택을 줘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소득) 상위계층은 상생소비지원금으로 소비지원금을 주자는 아이디어”라며 “소비가 더 많으니 상대적으로 (환급을) 더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온전한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일회성 지원금 지급을 떠나 하반기 경제 정상화를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이사는 “내수 진작의 핵심은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인데 아직까지 제조업 등 회복세가 더디는 등 고용 불확실성이 높은 편”이라며 “추경 효과가 끊길 때쯤 기업이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 합리화나 제도 보완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