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학교의 채플 참석 강요, 종교의 자유 침해"

by박기주 기자
2021.05.24 12:00:00

"채플 대체 과목 개설 등 방안 마련해야"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대체과목 없이 채플 참석을 강요하는 대학교의 정책은 학생의 종교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인권위)
인권위는 A대학교 총장에게 채플 수업을 진행하면서 해당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과목을 마련하는 등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A대학교 학생은 학교가 채플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개설해 모든 학생에게 이를 강제하고 해당 수업을 이수하지 않을 시 졸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대학교는 보건인력 등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로, 신입생의 지원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학교는 채플 교과목을 교양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해 1학년 학생들 모두에게 수강하도록 했고, 이를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도록 했다. 대체 과목도 개설하지 않았다. 신입생모집요강에 이러한 내용을 담지도 않았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A대학교는 이에 대해 “채플 수업은 비신앙 학생에게 기독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기독교적 소양과 사회가 요구하는 지성을 함양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며 “종교 전파에 대한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채플 수업 내용이 설교와 기도, 찬송, 성경 봉독 등으로 구성돼 예배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립종립대학은 종교행사의 자유와 대학 자치의 원리에 따라 종교적 건학이념을 교육과정을 통해 실현할 폭넓은 권리가 있다”면서도 “특정 종교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은 피교육자인 학생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고, 피진정대학이 학생들의 개별적인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사실상 종파교육을 강요함으로써 학생의 종교의 자유(특정 종교를 믿지 않을 소극적인 자유)를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권위는 ‘대학의 경우 학교 선택권이 자유로우므로 입학 자체가 종파교육에 대한 동의로 볼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우리 대학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라는 현실과, 학생들의 대학선택 기준이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대학 서열화에 따른 타의적 요소가 다분히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피진정대학과 같은 종립대학 입학이 종파적 종교교육에 대해 학생들이 무조건 동의하는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사립종립대학이 종교교육의 자유를 누리면서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은 비신앙 학생들에게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것”이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