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살리자]"슈퍼스타K, 영업이익 생각하면 못했을 것"

by정병묵 기자
2011.07.19 15:45:50

슈퍼스타K 제작 김용범·김태은 PD
"진짜 음악프로그램 만들려고 시작"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해 하반기 `슈퍼스타K2`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메시지는 작지 않았다. 환풍기 수리를 하며 백화점에서 노래를 부르던 청년이 대상을 타면서 학력과 경력이 아닌 실력이 우선이라는 화두를 던져 줬다. 어느 문방위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허각이 내 지역구 주민"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시청자들은 지상파방송을 제쳐 두고 케이블TV의 생방송 시간을 기다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제작사는 메가톤급 히트로 방송 미디어 업계에 새 판도를 이끌었다. 후속편 제작을 앞두고는 200억원 가량의 광고가 이미 다 판매된 상태다.

▲ m.net 슈퍼스타K

`슈퍼스타K2`가 종영한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존재감은 여전하다. 이 대회 출신 가수들이 각자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활약하고 있다. 지상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방송 소개 후 음원출시`라는 음악 비즈니스 방식도 정착됐다. 이 와중에 지난 몇달 간 진행된 `슈퍼스타K3`의 오디션에는 약 200만명이 응모했다.

2편에 열광했던 많은 사람들이 유사 슈퍼스타K 현상에 잠시 눈을 돌렸다가 이제 내달 방영되는 3편을 기대하고 있다. 하나의 방송이, 더구나 케이블TV의 프로그램이 이렇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리라 제작진들도 예상 못했으리라.

`슈퍼스타K3` 준비에 한창인 김용범 CP와 김태은 PD를 상암동 CJ E&M(130960) 사옥에서 만났다. 그들은 "진짜 음악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시청률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시청률에 프로그램이 잡아먹혀서는 안 됩니다. 좋은 음악으로 가요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어요. 예능국에서 기획했다면 그런 생각을 못했을 수 있는데, 한국 가요가 살아남아야 우리 채널(Mnet)도 살아남는다는 점을 큰 그림으로 그렸습니다"(김용범 CP)

▲ 김용범 CP


`슈퍼스타K`는 CJ 계열 음악채널 Mnet과 예능채널 tvN에서 동시 방영됐다. 대개 tvN이 Mnet보다 케이블 채널번호가 앞자리라 시청자들이 tvN에서 많이 봤지만 Mnet이 기획, 제작했다. 회사는 Mnet이 주로 청소년들이 보는 채널이다 보니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편견을 줄까봐 Mnet을 따로 강조하지 않았다.

1부터 3까지 프로그램의 산파 역할을 한 김용범 CP의 말은 `본연의 자세`와 `정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좋은 가수를 소개하고 이들의 음원이 잘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여러 사회적 파급력은 나중 문제고 시청자들은 `슈퍼스타K` 참가자들의 노래를 들으며 즐기고 공감한 것이 우선이었다.

"영업이익이나 수치로 따지기엔 무리수가 많은 프로그램입니다. 시청률이나 영업이익이 아닌 `대의`로 시작했습니다. 3년 전 김태은 PD 중심으로 기획할 때 협찬이 잘 안 돼 조용히 좌초될 분위기였는데, 회사의 용단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간신히 프로그램을 시작했었죠."(김용범 CP)



김용범 CP가 그려 놓은 큰 그림에 김태은 PD는 `사람 냄새`를 부여해 재미를 돋우었다. `재용이의 순결한 19` 등 톡톡 튀는 프로그램을 연출한 그는 3년 전 1편을 기획했으며 2와 3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원래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슈퍼스타K를 통해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서바이벌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노래가, 노래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했고 참가자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주력했습니다."(김태은 PD)

출연자들이 단순히 노래 실력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연대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과도 교감하는 다양한 `이야기`는 이러한 전략에서 탄생했던 것이다.

▲ 김태은 PD


많은 대화로 출연자들과 제작진들 간 감정이 끈끈해지다 보니 탈락자가 나오는 날이면 누구나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탈락 순간에 김용범 CP가 방송에 내보낼 `그림`을 찾아야 하는데 무대든 객석이든 스태프든 다 울고 있어서 화면을 잡기가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슈퍼스타K` 이후 그야말로 `서바이벌 대한민국`이 됐다. 봇물 터지듯 등장하고 있는 등 유사 프로그램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김용범 CP는 "기본 취지는 좋았다고 보고, 다른 시청자들과 비슷한 정도로 감상했다"면서도 "가수를 존중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뒤지지 않으며 예능과 다른 음악 전문 채널이 만든 프로그램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몸이 안 좋아서 해당 프로그램들을 안 봤다"는 김태은 PD는 "종편이 생기든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가 중요하다. 살아있는 콘텐츠가 많은 방송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은 당초 계획했던 슈퍼스타J(일본), C(중국)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 로스 엔젤리스에서 오디션을 처음 시작했고 뉴욕, 베이징 등 글로벌로 오디션이 확대되면서 해외의 우수 자원이 넘치면 현지 프로그램 제작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김용범 PD는 "그런데 이번 3회 대회 참가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면서도 "항간에 120만원짜리 수강료를 내고 학원을 다녀 응시한 이들도 있다지만,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볼 것이기 때문에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