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트위터 파워 '세네'...삼성전자 갤S '急사과'
by함정선 기자
2010.07.06 15:28:29
삼성전자, 정용진 갤럭시S 오작동 경험담에 "출장중 불편드려 죄송"
트위터 파워 사용자이자 얼리 어댑터인 정 부회장의 영향력 의식
[이데일리 류의성 함정선 기자] 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의 `갤럭시S` 사용에 삼성전자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갤럭시S`를 사용하며 겪은 불편함을 트위터에 전하자 삼성전자는 재빠르게 트위터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일 저녁 트위터에 "갤럭시S가 갑자기 먹통이라 국제 전파미아가 된 기분"이라며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갤럭시S 오작동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이날 정 부회장은 갤럭시S가 유심(USIM) 카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사진으로 찍어 올렸으며 "출장 온 지 4일째인데 10번도 넘게 먹통이 돼 계속 재부팅을 한 게 수십 번"이라며 냉정한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정 부회장의 갤럭시S 사용기가 트위터와 인터넷에 퍼지자 삼성전자는 6일 트위터를 통해 정 부회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출장 중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밝힌 삼성전자는 "갤럭시S의 해외 로밍 통화품질 최적화 등을 보완한 펌웨어(DF30)가 지난 30일 등록돼 배포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펌웨어 업데이트 이후에도 해결이 안 되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정 부회장의 불편함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대응은 정 부회장이 범 삼성가 가족이기 때문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 부회장이 트위터를 통해 보여준 모습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이번 대응은 정 부회장이 IT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삼성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 왔다. 아이폰 마니아로 유명한 정 부회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애플 제품들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는가 하면, 애플의 아이패드가 출시되자마자 이를 구입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 부회장은 "솔루션에는 관심이 없고 기기 몇 대 파느냐에 신경쓴다"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에 대해 쓴소리를 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트위터 사용자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은 IT 기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정 부회장을 `삼성가의 사람`이 아닌 얼리어댑터로 인식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IT 기기 또는 기술에 대해 얘기를 할 때마다 질문이 잇따르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또한 정 부회장은 2만5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트위터 파워 사용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의 말 한마디가 트위터와 인터넷에서는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이폰 대항마로 갤럭시S를 내세운 삼성전자로서는 정 부회장의 갤럭시S 사용기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이 직접 갤럭시S를 사용하며 트위터를 통해 전하는 말은 객관적이면서 영향력 있는 홍보수단이 될 수도 있고,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떠나기 전인 지난 6월 30일에 이미 로밍 문제와 관련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했음에도 삼성전자가 먼저 정 부회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정 부회장이 "해외 로밍 시 갤럭시S가 먹통이었다"라고 한 발언은 예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기기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반대로 애플 마니아인 정 부회장이 갤럭시S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훌륭한 홍보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의 갤럭시S 사용기가 알려지자, 트위터를 통해 정 부회장에게 갤럭시S의 장단점과 느낌에 대해 묻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로밍 시 겪었던 불편함 외에도 트위터 사용자들의 갤럭시S에 대한 통화 시 발열과 속도 등에 대한 질문에 세세하게 답변하며 파워 사용자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그동안 기업인이라기 보다는 IT소비자로서 일반인들에게 더 어필해왔다"면서 "삼성전자로서는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 부회장의 지적에 발빠른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