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스플레이사업 전면 재조정..`새판짜기`

by김상욱 기자
2008.06.30 16:04:45

PDP, 삼성전자 통합경영..OLED, 합작법인 추진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최강자`·SDI `사업형 지주사` 전망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삼성그룹이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업조정을 시작했다. 현재 디스플레이의 주력인 LCD사업을 제외한 PDP와 OLED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합경영`과 `합작법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삼성그룹은 이번 사업조정으로 전자계열사간 중복사업에 대한 교통정리는 물론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디스플레이업계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SDI(006400) 역시 사업조정을 통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은 우선 삼성SDI의 PDP사업을 삼성전자가 통합경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삼성SDI가 PDP사업을 그대로 가져가는 대신 영업과 마케팅 등 기능적인 부분들을 삼성전자에서 통합관리하는 형태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내달 1일부터 삼성SDI PDP사업에 대한 통합경영에 돌입한다. 지난해부터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사업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총괄에서 맡았온 것과 같은 구도다.

현재 삼성그룹의 PDP사업은 삼성SDI가 PDP모듈을 만들고, 삼성전자가 이를 공급받아 TV세트를 완성하는 형태로 짜여져 있다. 하지만 최근 PDP시장의 성장이 지체되며 삼성SDI의 PDP모듈사업은 적자를 기록해 왔다.

이에따라 그룹내 PDP사업 일원화를 통해 중복되는 요소들을 줄이고, 모듈과 세트사업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자의 사업을 분리, 별도법인을 만드는 방안도 협의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LCD총괄에서 OLED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제품양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삼성SDI는 현재 OLED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본격양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입장이다.

이에따라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삼성SDI의 OLED 기술과 삼성전자의 자금이 결합될 경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시장의 선점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을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이 작업은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생각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PDP와 OLED 사업조정이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CD사업과 함께 세계 2위인 PDP사업, 그리고 아직 시장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세계 1위인 OLED사업에 모두 관여하게 된다.

현재 전세계 주요 디스플레이업체중 이같은 사업구도를 가진 업체는 없다.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CD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대만업체들이 OLED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보다는 뒤쳐져있는 상황이다.

통합경영으로 PDP사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OLED 시장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사업은 세계 어느 업체보다 견실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형 지주회사의 형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PDP사업을 계속 보유하고 있지만 영업과 마케팅 등 기능적인 부분들을 삼성전자에서 총괄하는 만큼 2차전지에만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2차전지 분야에서 일본 산요 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기술 및 안전성 등의 평가에서 산요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이미 보쉬와의 2차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보쉬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하이브리드자동차용 2차전지에 전념하고, 기존 2차전지 사업부는 모바일기기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SDI는 보쉬와의 합작법인외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OLED합작법인까지 자회사로 거느리게 되면 `사업형 지주회사`의 형태가 완성된다. 삼성SDI로서도 PDP와 OLED의 대규모 투자부담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