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금융공기업 수장 진퇴…`무엇 때문에`

by백종훈 기자
2008.05.07 16:10:47

메가뱅크 찬반입장 수장 진퇴 갈랐나
재임기간·경영성과 합리성 여부 논란

[이데일리 김춘동 백종훈기자] 금융위원회가 7일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재신임 여부를 발표함에 따라 `재신임 판단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란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기준은 ▲재임기간이 짧은 경우를 고려했으며 ▲정부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경영성과와 전문성,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정도다.

하지만 구체적인 평가는 평가자마다 다를 수 있고 제시된 기준도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금융위원회가 각 기관 케이스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평가는 메가뱅크론에 대한 찬반 태도가 주요 금융공기업 CEO의 재신임 여부를 갈랐다는 것이다.

즉, 우리금융(053000) 중심 국책은행 합병안에 부정적이었던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스탠스가 금융공기업 CEO 진퇴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우리금융 주도 메가뱅크론을 주창한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은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 반면 신중론을 펼친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재신임됐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볼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인사의 가장 큰 이변이라고 일컬어지는 박해춘 우리은행장에 대한 부분이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의 경우 공식적으로 메가뱅크론에 대해 찬반견해를 편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해외출장때 박 회장과 달리 신중론을 피력해 오히려 불협화음으로 비쳐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의 경우 새 정권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산업은행 민영화 속도와 방법 등에서 이견을 노출, 교체가 확실시 됐었다.

김 총재는 민영화에 초기 부정적 스탠스를 보이다 최근 `민영화 전도사`를 자처하며 적극성을 보였지만 초기 정부와의 시각차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재임기간이 짧은 금융공기업 CEO들은 대체로 재신임됐다. 특히 `1년 이내냐 아니냐`가 꽤 영향을 끼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재신임 여부를 밝히면서 "재임기간과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정도, 경영성과와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신임 여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신임된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윤용로 기업은행장의 경우 지난해말 선임돼, 재임기간이 4~5개월밖에 안됐다.

재신임을 받은 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의 경우에도 지난해 6월 취임해 10개월여 남짓 일해왔다. 재신임된 박의명 캠코 감사도 지난해 10월 선임돼 6개월여 재임한데 그쳤다.

반대로 오는 7월말 임기가 끝나는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오는 6월 임기만료되는 한이헌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재임기간이 얼마 남지않아(재임 기간이 길어) 물러나게 됐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재임기간의 길고 짧음은 뚜렷한 기준이 아니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3월26일 취임한 박해춘 우리은행장과 지난해 4월2일 취임한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보다 불과 2개월여 더 근무했다.

1년이 넘었다고 해서 금융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을 교체한다는 단순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보증보험보다 더 규모가 크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은행, 금융지주사 CEO를 이런 잣대로 교체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판도 있다.

경영성과 잣대도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재임기간이 몇달 안된 금융공기업 CEO의 경우 사실상 경영성과를 검증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재신임을 얻지 못한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과 박해춘 우리은행장의 경우 서브프라임 관련투자로 5700억원(CDS 새 평가기준 반영시 7000억원) 손실을 봤다지만 2년 연속 연간 순익 2조원을 달성하는 성과도 냈다.
 
박 회장의 경우 여신전문사인 우리파이낸셜과 우리아비바생명을 잇따라 인수하는데 성공했고, 박 행장의 경우 우리V카드 출시 1년만에 270만명의 회원을 유치하는 등 카드업계를 뒤흔드는 성과를 거뒀다.

민간출신이냐 관 출신이냐도 명확한 기준은 아니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