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경탑 기자
2001.12.07 17:31:40
[edaily] 요즘 이동통신업체 직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실적호전을 바탕으로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소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은 불과 한 달여전 이동전화료 인하를 결사반대(?)했었기에 임금인상을 바라보는 이용 고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고객을 위한 배려 보다는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겠죠. 통신업계를 담당하는 증권산업부의 이경탑 기자가 올 해 통신업계의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4자 성어 중에 표리부동(表裏不同)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사전에서 그대로 옮기면 "마음이 음충맞아서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이동통신업체들이 표리부동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금인하가 핫 이슈였던 지난 10월말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는 시민단체의 요금 인하 요구에 "이동전화 요금인하는 사업자들의 투자 연기와 축소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IT산업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맞섰습니다.
당시 이동통신업계 맏형인 SK텔레콤 A 상무는 "이동전화 산업 특성상 섣부른 요금인하는 이동전화사업자의 즉각적인 투자감소로 연결되고, 이는 이동전화사업과 밀접히 관련된 국내 IT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와 고객이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요금인하가 결국엔 고객의 편익감소와 국내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시민단체의 인하요구에 엄포성 엄살을 떨었습니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은 불과 한 달여만에 "올 해 회사의 경영성과가 좋아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1인당 2000여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LG텔레콤은 "올 해 당초 계획했던 3000억원의 경상이익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라며 "직원들에게 500%의 성과금을 지급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LG텔레콤이 성과급으로 지급할 500%는 111억원으로 이 회사 전체 임직원수 1200명을 감안할 경우 1인당 평균 925만원씩 배분됩니다. 아울러 111억원은 430만 019가입자의 내년도 1년 평균 통화료와 기본료를 각각 2.22% 및 1.63%씩 인하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후발사업자의 정책적 육성을 구걸하던 논리가 무색해 집니다.
특히 LG텔레콤은 지난 4일 마감한 유상증자 청약률이 60.6%로 미달돼 성과급을 증자 주식으로 배정키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LG텔레콤 직원은 증자 신주 5210원과 7일 종가 7400원과의 차이인 42%의 투자수익을 더불어 거둬들이는 꿩 먹고 알 먹고식의 효과를 누리게 됐습니다.
1인당 배분되는 성과급 925만원으로 5210원인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수는 1775주로 LG텔레콤 직원들은 회사가 지급하는 성과급 외에 오늘 현재 389만원씩의 추가 수익을 거둬들인 셈입니다.
그야말로 IMF 이후 주식 활황기 때 "통신업체 직원들의 국민차는 소나타급이고, 자사주를 잘 처분한 통신업체 퇴직직원들은 엄청난 수익을 챙겼을 것"이란 뒷얘기도 문득 떠 오릅니다.
LG텔레콤에 이어 KTF도 올 해 총액기준 20% 안팍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이를 소급 지급할 예정입니다.
KTF 노조 관계자는 "지난 8월말 노조설립이후 사측과 특별성과급 200%를 포함한 총액기준 33%의 임금협상을 시작했다"며 "그동안 사측과 협상을 통해 노사가 최근 총액기준 20%선의 인상안에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측 관계자도 "KTF는 지난 96년 회사 설립이후 그동안 임금을 인상하지 않았다"며 "임금수준이 SK텔레콤 한국통신 KT아이컴 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에 따라 이번 임금인상폭이 다소 높게 결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KTF는 이같이 높은 임금 인상폭이 외부로 흘러나오자 서둘러 "임금인상폭은 기본급 기준 6%선에서 현재 노사가 협의 중"이라고 꽁무니를 뺐습니다. 외부용을 위해 기본급을 조금 올리는 대신 다양한 수당을 신설 총액 기준 20% 인상효과를 숨겨보자는 속셈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한 때 성과급 관련 소식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후 이튿날 본체인 한국통신 이상철 사장으로부터 이용경 사장이 호된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며 "공기업 특성상 외부 여론이 의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임협 얘기는 보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중한 부탁도 덧붙였습니다.
혹여 총액 기준 20% 인상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노사가 함께 흔쾌히(?) 합의한 인상폭을 다시 깍아야 되는 일은 없을까 전전긍긍했습니다.
특히 지난 1월로 임금인상을 소급 적용키로 함에 따라 KTF 직원들이 이달말 받아갈 급여도 LG텔레콤에 못지 않을 것입니다.
이동통신업계의 돈 벼락은 내년 1월1일자로 SK텔레콤에 흡수합병되는 SK신세기통신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SK신세기통신 노조는 현재 "지난해 한솔엠닷컴이 한통으로 매각될 때 회사가 직원들에게 매각 위로금으로 1인당 2000만원씩을 지급했다"며 1인당 2000만원씩의 합병위로금 지급을 회사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SK신세기통신의 한 직원은 "회사가 SK텔레콤과 원활한 합병을 위해 합병비율을 낮춰 우리사주조합원들의 투자손실을 일으켰다"며 "합병위로금은 투자손실 보상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이동전화 요금을 인하하면 더이상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던 이들의 얘기를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듭니다.
한편 SK텔레콤 노사는 지난달 기본급 기준 8.3%의 임금인상에 합의, 지난달말 인상소급분을 전 직원에게 지급했습니다. SK텔레콤은 "월평균급여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1인당 지급된 소급분이 몇백만원선에 불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 직원들도 내년 1월 500%의 성과급 지급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연초에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이듬해 1월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지난 1월 500%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올해 경영목표를 달성한 이상 같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정통부로부터 요금인가를 적용받는 SK텔레콤과 SK신세기통신의 8.3% 요금인하에 이어 정부의 요금인가 대상이 아닌 KTF와 LG텔레콤의 요금인하를 기대해봅니다. 요금 인하야말로 수익창출을 가능토록했던 이용 고객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