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오류에 혼난 교육당국, 수능 이의심사 대폭 개선

by신하영 기자
2022.02.23 12:00:00

수능 출제기간 연장…고난도 문항은 별도 검토
생명과학II 수험생 이의신청 묵살로 논란 키워
이의심사 단계서 이견 제기 땐 추가 논의키로

김정선 변호사와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 수능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관련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 첫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수능 생명과학II 출제오류로 곤혹을 치렀던 교육당국이 수능 이의심사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출제·검토과정에서 고난도 문항만 검증하는 단계를 신설하고 이의심사 단계에서 이견이나 소수의견이 있을 땐 추가 논의를 열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수능 출제·이의심사제도 개선안 시안을 23일 발표했다.

우선 출제위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출제할 수 있도록 출제기간을 종전 36일에서 38일로 연장한다. 상대적으로 오류 빈도가 높은 사회·과학영역에선 검토자문위원을 기존 8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수능 출제·검토과정에서 고난도 문항만 별도 검증하는 단계를 신설한다. 지금까진 출제위원이 문항을 출제하면 △1차 검토 △문항 수정 △2차 검토 △문항 수정 뒤 최종본을 도출했다. 앞으로는 2차 검토에 이은 문항 수정 후 고난도 문항 검토 단계를 추가, 이를 거친 후 최종본을 내놓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난도 문항 검토단계에서 풀이과정을 다각도로 점검, 문항의 완결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이의심사 절차도 개선한다. 지금까지는 수험생들의 이의신청을 받아 중대 사안의 경우 학회 자문을 의뢰했다. 이후 영역별 실무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답을 확정했지만 앞으로는 이견이나 소수의견을 있을 때 2차 실무위를 열어 이를 추가로 논의한다.



앞서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에선 생명과학II 20번 문항에 대한 수험생들의 이의신청이 제기됐지만 평가원이 이를 묵살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논란이 된 문항은 두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 선택지의 진위를 가려내는 문제로 수험생들은 제시된 조건에 따라 계산하면 개체 수가 마이너스(-)가 된다고 주장했다. 생명체의 개체 수가 ‘0’보다 작을 수는 없기에 문항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평가원은 이런 문제제기에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평가문항으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는 궤변으로 수험생들의 주장을 일축, 결국 법원이 해당 문항의 정답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평가원이 해당 문항에 대한 학회 자문을 구했을 때도 오류를 지적하는 소수의견이 제기됐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에도 전문가 중 한 분이 소수의견을 냈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맞았다”며 “이런 문제 제기를 수용, 소수의견이 존재하는 경우 2차 실무위를 열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이의신청이 많이 제기되는 사회·과학 분야에선 이의심사실무위에 참여하는 외부위원을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확대한다. 학회 자문을 구할 때는 전문성·대표성을 고려해 영역별 자문학회 풀을 사전에 구축하고, 3개 이상의 학회에 자문을 구하도록 했다.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에선 이의심사실무위 의견에 더해 자문 학회와 의견을 모두 공개하도록 했다.

이의심사위원회 위원장은 외부 인사로 위촉, 독립성을 강화한다. 지금까진 이의심사위 위원장을 수능 출제기관 수장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원장이 맡았지만 앞으로는 외부인사가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이의심사위 위원 구성에도 법조인·현장교사·학부모 등 외부인사가 80% 이상 참여토록 했다. 종전까진 위원 9명 5명(55.6%)이 외부인사였다면 앞으로는 위원 11명 중 9명(81.8%)이 외부인사로 구성된다.

이의심사 기간도 기존 12일에서 13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2023학년도 수능 정답 확정·발표일은 오는 11월 28일에서 29일로 변경된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을 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 다음달 2일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접수할 계획이다. 최종안은 이런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 달 중 확정, 올해 치러질 2023학년도 수능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국민 의견수렴을 통해 모아진 의견을 적극 검토, 최종안을 마련하고 향후 수능과 대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