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주택 부활하나…정부, 지분적립형 주택 만지작

by하지나 기자
2020.07.24 11:04:09

최초 40%만 내고 20~30년간 분양금액 분납
2008년 도입된 보금자리 10년 분납형 임대아파트와 유사
공공주택 적정성 논란 및 재원 부담 등 공급 제한적
소유권 전환가격 산정 문제도…제2의 판교사태 가능성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서울시와 정부는 주택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지분적립형 주택’을 새롭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초기에는 지분의 일부만 지불하고 추후 일정기간 동안 나머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급된 서울강남 보금자리주택(사진=김용운 기자)
수요자의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공공기관의 재원부담 등으로 전면적 확대 가능성이 낮아 주택 공급 확대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주택공급확대TF(태스크포스) 실무기획단 2차회의에서 ‘지분적립형 주택 모델’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 이 제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공공기관이 공공분양을 할 때 최초 40% 지분만 사고, 20~30년간 지분을 추가로 획득해나가는 방식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서울시와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임대료 산정이나 지분 평가 방식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개념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주택에서 ‘분납형 임대아파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는 10년 짜리로 초기에 30%를 내고 입주한 뒤 4년(20%) 8년(20%) 두 차례 중간 분납금을 내고 10년 뒤 감정평가를 거쳐 나머지 30%를 구입하면 된다.

지분 금액의 경우 최초 주택가격에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곱해 산정했다. 다만 계약자들이 집값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감정평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잔여 지분에 대한 이자를 임대료 명목으로 내도록 했다.



하지만 분납형 임대아파트는 현재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번 지분적립형 주택 역시 공급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장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공공기관의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LH 관계자는 “임대료가 들어온다고 해도 재무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임대주택 1가구를 지을 때 부채로 1억2000만원이 계상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주택의 특성상 취약 계층 등으로 공급대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급된 서울강남 보금자리 주택, 최근 분양가 문제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집은 소유목적이 아닌 주거목적이라는 신선한 발상을 가져온 SH공사의 중대형 장기전세주택 공급 역시 현재 중단된 상태다.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지만 입주자 소득 기준에 비해 전세금이 높게 책정돼 미분양 사태도 속출했고 SH공사는 결국 운영비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을 철수했다.

소유권 전환시점의 가격 산정도 문제다. 집값 상승으로 감정평가가 상승할 경우, 제2의 판교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 10년 공공임대 거주자들은 높아진 분양전환 가격에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위례나 판교의 경우 분양전환가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현실화된 상황”이라면서 “지분적립형 주택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자율이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등 분양전환가를 확정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