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받을 돈 더 많다…순대외채권 '역대 최대'

by김정남 기자
2018.02.23 12:00:00

지난해 말 순대외채권 4567억弗 ''역대 최대''
해외에 갚을 돈보다 받을 돈이 더 많다는 뜻
순대외채권 증가세, ''양호한'' 펀더멘털 방증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이 사상 최대치로 증가했다. 해외에 갚아야 할 채무보다 해외로부터 받을 채권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 거시경제가 상황이 양호하다는 방증으로 여겨진다. 만에 하나 위기가 닥쳤을 때 해외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이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내놓은 국제투자대조표(IIP)를 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해외로부터 받을 돈인 대외채권은 8755억달러로 연중 947억달러 증가했다. 잔액과 증가 폭 모두 역대 최대다.

대외채권은 만기와 금리 등이 정해져 있는 채권, 대출금, 차입금 등으로 구성된다.우리나라의 대외 투자 가운데 주식과 파생금융상품을 제외한 것으로 보면 된다.

지난해 대외채권이 급증한 것은 국내 보험사를 중심으로 해외 장기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외채권 중 기타부문의 연중 증감액은 519억달러에 달했다. 총 947억달러의 절반 이상 비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이 장기국채 발행이 활발한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채권 중 장기 비중(569억달러)이 단기 비중(378억달러)보다 더 높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에 갚아야 할 대외채무(외채)는 지난해 말 4188억달러로 집계됐다. 연중 347억달러 늘었다. 2014년 당시 잔액 기준 최고치(4234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년간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 전환한 것이다.



국내 국고채와 통안채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의 수요가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원화 절상 흐름이 가속화하자, 원화로 표시된 국내 채권의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절상률은 12.8%였다.

이에 따라 대외채권(8755억달러)에서 대외채무(4188억달러)를 뺀 순대외채권은 4567억달러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0년 들어 순대외채권국이 됐고,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를 하나의 회사로 비유한다면 번 돈이 점점 많아지도록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얘기다.

다만 대외채권 외에 만기가 없는 주식 등도 포함한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2483억달러로 전년 대비 296억달러 감소했다.

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하기는 했다. 상품·서비스 거래를 통한 경상수지 흑자에다 해외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차익 등이 반영돼서다. 지난해 대외금융자산은 1조4537억달러로 연중 2092억달러 늘었다. 잔액과 증가 폭 모두 역대 최대치다.

그러나 지난해 대외금융부채(1조2054억달러, 2388억달러↑)는 더 큰 폭 늘었다. 분기 기준 2014년 9월 말 이후 순대외자산국 지위는 유지하게 됐지만, 그 정도는 소폭 줄어든 것이다.

한편 지난해 말 단기외채 비중(단기외채/총외채)과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준비자산)은 각각 27.7%, 29.8%로 나타났다. 전년 말 대비 각각 0.4%포인트, 1.6%포인트 상승했다.

문성민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단기외채가 소폭 증가하기는 했지만 외채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