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보리 기자
2014.12.10 12:00:00
한국은행, 11월중 금융시장 동향
가계대출잔액 554조 3000억원..최고치 다시 경신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은행 가계 대출이 두 달 연속 7조원 가까이 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8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 관련 대출규제가 완화된데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2.0%로 낮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 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주식형펀드 등 자산운용사 수신 증가 폭도 대폭 축소됐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1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모기지론 포함)은 554조3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6조9000억원 늘어났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직전달(10월) 최고치(547조 4000억원)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400조 7000억원으로 5조 9000억원 증가하며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와 전셋값 급등으로 집을 사자는 수요가 조금씩 늘면서 가계대출증가로 이어졌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현재 8만 5000호로 지난 2008년부터 2013년 11월중 4만 7000호를 큰 폭으로 웃돈다. 하지만 9월 거래량 8만 8000호, 10월 10만 9000호 등 전월과 비교하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주택수요가 계속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출규제 완화와 낮은 수준의 금리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가계대출은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은 10월 7조 2000억원 증가에서 11월 4조 1000억원 증가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대기업 대출이 일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출금을 상환하면서 증가분이 10월에는 2조 7000억원 증가한 반면 11월에는 8000억원 감소했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은행들이 연말 실적평가를 고려해 10월 4조 5000억원 증가에서 11원 4조 9000억원 증가로 소폭 늘어났다.
11월 은행 수신은 은행들이 저금리로 기업자금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증가 폭이 대폭 확대됐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10월 3조 2000억원에서 11월 10조 9000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월말 휴일에 따른 대출상환과 세금납부가 12월 초로 이연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정기예금도 일부 은행이 예대율 제고를 위한 법인자금을 끌어오면서 10월 1조 7000억원 증가에서 11월 3조 7000억원 증가로 늘었다.
반면 MMF, 주식형펀드 등 자산운용사 수신은 증가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MMF는 10월 10조원이 증가했지만 11월에는 금리 이익이 축소되면서 1조 2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주식형펀드와 신종펀드도 증가분이 각각 5000억원, 1조 1000억원으로 전달 2조 1000억원, 4조 2000억원 증가서 증가폭이 줄었다. 다만 채권형펀드는 시장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3조 2000억원 늘며 전월(+2조8000억원)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 조금씩 늘고 있고 전세대출 수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주담대 비율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면서 소비위축 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