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시대..아내 펑리위안 '적극행보' 눈길

by안혜신 기자
2013.03.14 13:37:16

브릭스 정상회의서 독자 연설 계획
그림자 내조 벗어나 적극행보 나설 듯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만큼 유명한 인사가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다. 중요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옆자리는 늘 미셸 여사가 차지하고 있다. 미셸 여사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오바마 대통령 재선에 큰 역할을 했다.

시진핑 아내인 펑리위안(자료: EPA)
‘시진핑(習近平) 시대’가 열리는 중국에서도 시진핑 아내 펑리위안(彭麗媛·사진)이 미셸 여사와 같은 행보를 보일 준비를 마쳤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서 그동안 영부인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미셸 여사는 물론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 등 남편보다도 더 화제의 중심에 섰던 다른 영부인들과 달리 중국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시진핑 부인인 펑리위안은 과거 중국 국가주석 아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분위기다. 당장 이달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시진핑과 동행한다. 단순히 같이 가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펑 여사는 이 자리에서 시진핑과 별도로 독자적인 연설을 한다.

그는 이번 연설을 통해 1940년대 세계 2차 세계 대전 당시 장제스(蔣介石) 주석 아내였던 쑹메이링(宋美齡)이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별도로 수행하는 퍼스트레이디로 등극할 예정이다. 펑 여사 측근은 “남편과는 독자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며 “중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 구축에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펑 여사가 그동안의 전통을 깨고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는데는 그가 중국에서 유명한 포크송 가수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18살에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소속 가무단 단원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펑 여사는 단숨에 스타 가수로 등극했다. 결혼후에도 가수 활동을 계속하며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그의 인기로 시진핑의 군부내 지지가 확고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게다가 이미 전국 문학예술계 연합회 부주석, 중국 인민해방군 가무단장, 세계 보건기구 AIDS 결핵 예방 친선대사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온 펑 여사의 국제무대 데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환율과 무역 문제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어 이를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는 펑 여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그동안 퍼스트레이디들이 ‘그림자 내조’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중국 내부 분위기는 펑 여사가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 부인 장칭(江靑)이 ‘4인방’ 사건에 연루돼 체포된 이후 퍼스트레이디의 외부활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