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금리인상, 깊어지는 물가 걱정
by권소현 기자
2010.10.14 13:34:40
"3%대 물가에 선제적 통화정책 어디갔나"
유가증권시장 랠리..자산버블 우려
마켓 인 | 이 기사는 10월 14일 13시 04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달째 동결하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이미 놓쳤다는 분석과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환율이냐 물가냐`를 두 요인을 놓고 환율을 택했지만, 오히려 환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세달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지난달 이미 3%대 중반으로 훌쩍 뛰어오른 물가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주식과 채권값은 랠리를 보이고 있어 자산버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비 3.6% 급등, 8개월만에 3%대로 올라섰다. 3%대 초반일 것이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특히 배추파동을 겪는 등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신선식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9월 물가상승률 3.6% 중에 0.7%포인트 정도가 농산물 상승 효과였고 이를 제외하면 2.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며 "물가 급등은 대외적인 충격에 의한 것으로 단기간에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보다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영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총재는 "환율을 봤지만 환율 하나만 보고 결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최근 국제금융 상황이 절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 사안에 대해 많은 금통위원이 고민하고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리동결에도 불구하고 이날 환율은 하락세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로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G20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의 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쉽지 않은 만큼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높다.
반면 세달 연속 금리동결로 물가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9월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해도 일단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또 신선식품 물가 뿐만 아니라 공공요금이나 서비스 요금 상승 등 물가불안 요인이 남아있다.
김 총재도 물가상승 압력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4분기부터 내년까지 물가상승률 예상치가 3%를 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할때부터 이미 실기했다는 비판이 높았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물가가 얼마나 올라야 금리인상을 고민할 것인가"하고 반문했다.
자산버블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채권금리가 급락햇고 이날 또 동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고 3년물 채권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3.24%를 뚫고 내려왔다. 코스피지수도 지난주 1890선까지 올라온 상태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개도국은 자산버블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이 위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버블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럴 개연성을 걱정하거나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지금도 채권시장 버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보험사 채권운용역은 "금리를 동결했다고 환율이 반등하지는 않을 듯 하고 증시나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은 더 들어올 것"이라며 "부동산 거품도 모자라 자산거품까지 걱정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미국에서조차 인플레이션 걱정은 마찬가지다. 미국은 총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 이는 지난 12일 공개된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잘 드러난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인플레를 걱정하고 있다.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 물가 급등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연동 관련 금융상품이 이같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잘 나타내준다.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와 동일 잔존만기 국채와의 차이를 뜻하는 BEI는 1.99%로 한달 전 1.69%에 비해 확대됐다. 물가연동국채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양호했다는 의미로 인플레이션 전망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물가연동국채 인덱스는 지난 한달동안에만 3.6% 올라 2009년 4월 이후 월간단위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뱅가드그룹의 케네스 볼퍼트 과세채권 그룹장은 "양적완화를 더 시행할 수록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과 앞으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