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대 갑(甲 對 甲) 대게 VS 가재… 연말 식탁 ''갑각류 전쟁''

by조선일보 기자
2009.12.22 16:38:00

가재는 게편이 아니다, 지독한 라이벌이다
비싼놈, 귀한놈, 저렴하게 사다먹자

[조선일보 제공] 갑각류 전성시대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게와 로브스터(lobster·바닷가재)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국내파' 대게의 경우 롯데백화점에서만 이달 들어 매일 200~250마리씩이 팔려나간다. '해외파' 로브스터의 경우 역시 지난 11월 신세계 이마트가 국내 처음으로 3만 마리를 들여왔을 때 매일 하루치 분량이 오전 중에 모두 동나버릴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었었다. W가 둘을 만나봤다.




에헴.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대게올시다. 제가 대게인 이유는 덩치가 커서가 아니라 다리 모양이 대나무와 닮아서 '죽해(竹蟹)'라 명명돼 불리던 것이 오늘날의 이름으로 바뀐 것입니다.

제 고향은 경북 영덕·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 또는 북한·러시아입죠. 북한·러시아에서 온 대게는 국산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등딱지에 붙어 있는 흰색 반점이 많거나 색이 진한 쪽이 수입산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 대게는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맛이 담백할 뿐만 아니라 소화도 잘되어 노인과 어린이, 환자들에게 특히 좋은 음식입니다. 또한 껍데기에 많이 든 키토산은 체내 지방축적을 방지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으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입죠. 이밖에 알코올 해독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밝혀져 있으며, 노화방지 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라면 잘 취하지도 않아요. 다만, 저희 몸은 비타민이 거의 함유되지 않은 산성이라서 배추와 같은 알칼리성 식품과 같이 드시면 좋습니다.

요즘 와인이 유행이라던데, '토종'인 저로서는 크게 내키진 않지만, 사실 신선한 화이트 와인과 저희 대게는 찰떡궁합이 맞습죠, 네, 네. 듣자하니 요즘 물 건너온 바닷가재 녀석이 감히 제자릴 넘본다던데 어림없는 소리입죠. "사람이 먹는 남의 살 중엔 게 살이 최고"란 옛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이겁니다. 일단 한번 만나보시죠? 요즘은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 수산물 코너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헬로~. 당신, "입에서 살살 녹는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아마도 그건 바로 저를 위해 만들어진 찬사일 거예요. 사실 저는 그동안 너무 비싸고 귀해서 여러분이 함부로 만나기 어려웠어요. 특별한 날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었죠. 하지만 작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탓에 미국 내 수요가 크게 줄면서 상대적으로 불황의 여파가 적은 이역만리 한국까지, 그것도 1만원대 싼값에 오게 됐어요.



제 고향은 북대서양 심해 청정해역입니다. 600~1000g 정도 성장하려면 7~8년이 걸려 사실상 양식이 불가능한 100% 자연산인데다 맛이 좋고 영양가도 뛰어나죠. 여기선 사촌 격인 대게가 왕이라던데, 저로선 그냥 웃지요.


저는 콜레스테롤 함량과 지방이 매우 낮고 단백질·미네랄·비타민A 등은 풍부해요. 갑각류 특유의 키토산은 뼈와 근육의 형성을 돕고,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되어 있어 동맥 경화와 심장병을 예방하지요. DHA와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으며 알은 핵산이 풍부해 피부미용에도 좋지요. 반면, 칼로리는 100g 기준 90㎉ 정도에 불과해요.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등에서는 주로 잡자마자 바로 익혀서 급속 냉동시킨 '자숙 로브스터'를 파는데, 이 경우엔 꼬리 부분이 휘어져 있는 것을 골라야 해요. 꼬리가 휘어진 것은 익히기 직전까지 살아있었다는 증거거든요. 꼬리가 넓고 길게 생긴 암컷은 맛있는 알이 들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살이 적은 편이고, 수컷은 살이 알차게 들어있지요.




대게는 전통 방식대로 '증기'에 쪄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물에 담가' 삶는 게 아니란 점에 유의하자. 백화점에서는 살아있는 싱싱한 대게를 파는데, 반드시 죽은 상태로 쪄야 한다. 산 채 찌면 발버둥을 치면서 다리와 게장 등이 손상된다. 산 채로 집에 가져온 경우, 수돗물에 10분 정도 담가두면 된다. 찜통에 넣을 때에는 뒤집어서 배가 하늘을 향하게 두고 쪄야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찌는 시간은 박달게의 경우 20분, 수게는 15분 정도. 이때 시간은 솥이나 냄비에서 김이 나기 시작한 시간부터 재야 한다. 비린내가 난다면 덜 익은 것이다. 완전히 쪄지기 전에 뚜껑을 열어보면 게장이 다리 살로 흘러들어 가 다리 살이 검게 변하므로 절대 금물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자숙 로브스터'는 어획 후 바로 익혀서 급속 냉동시킨 것이기 때문에 집에 가져와서 그냥 찜통이나 레인지에서 데워먹으면 된다. 로브스터의 경우 오히려 '요리법'보다는 '먹는 법'이 문제가 된다. 마리째 익힌 로브스터를 먹을 때에는 먼저 집게발을 비틀어서 떼어 낸다. 떼어 낸 집게발은 조리용 나무망치 등으로 톡톡 두들겨서 껍데기를 깨뜨린 뒤 깨진 조각을 들어내고 '게 포크'를 이용해 살을 꺼내 먹는다. 몸통은 머리 부분을 뒤로 꺾어서 떼어낸 뒤 가위로 등 부분을 자르고 양옆으로 벌려서 살을 발라 먹으면 된다. 머리는 몸통에서 분리된 지점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집어넣어 아래쪽을 잡고, 왼손으로는 뚜껑 쪽을 잡은 뒤 양쪽으로 당기면 분리된다. 레몬즙을 뿌려 와사비 장이나 로브스터 소스에 찍어 먹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