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우리증권, 극한대결 내막은?

by김유정 기자
2009.06.26 16:10:20

한국증권, 부동산 익스포저 급증..매입약정 떠넘기기
우리증권, 순자본비율 관리차원..종금업 만료도 부담

[이데일리 이학선 김유정기자] 신용을 기본으로 하는 금융회사가 자신들의 평판에 흠집을 남길 수 있는 소송까지 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005940)이 극한 대결로 치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내막은 이렇다.



한국증권은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시장의 30% 이상을 주선할 정도로 공격적인 부동산금융업무를 수행해왔다. 당연히 리스크가 확대됐다.

지난해말 현재 한국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단기매매증권 중 기업융통어음은 4190억원. 이 가운데 상당수가 가좌마을·에스디제일차·일산탄현제이차 등 건설사 유동화증권이다. 지난해 하반기 건설사들의 부실위험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팔리지 않아 내부에 쌓아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리스크 축소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한국증권이 이번에 문제가 된 `운양제일차` 주간사를 맡으면서도 매입약정을 우리증권에 수수료까지 지급하며 넘긴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건설사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리스크 확대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은 지난해 리먼브러더스로 인해 약 1260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올해 3월말에는 단기매매증권 중 기업융통어음이 128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말부터 올해 3월말 사이에 보유한 기업어음 중 일부를 팔거나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약 2910억원 가량 줄였다. 하지만 가좌마을에 대해 1570억원 규모의 매입약정을 제공하고 있는 등 여전히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큰 편에 속한다.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한국증권의 프로젝트금융본부는 업계에서도 공격적 영업을 하기로 유명한 곳"이라며 "워낙 많이 다루다보니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조금이라도 부실화될 위험이 있으면 털어내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증권도 부동산 리스크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끝내 한국증권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도 부실자산에 대한 익스포저를 조금이라도 줄여야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증권이 `운양제일차` 매입을 할 수 없다고 한 시기는 지난해 4분기다. 당시 우리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370~380% 수준으로 국내 증권사 평균이 490~530%를 한참 밑돌고 있었다. NCR은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 지표로,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즉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증권으로선 위험자산을 줄여 NCR을 끌어올리는게 시급한 과제였다. 원래 만기가 1년인 `운양제일차`를 6개월 만기로 사기로 한 것도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컸다.

게다가 `운양제일차`를 산 곳은 올해 10월 라이센스가 만료되는 종금사업부다. 종금업 만료전까지 자산을 회수하지 못하면 NCR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종금업 위험자산은 NCR 계산시 증권계정에 비해 차감이 덜되기 때문에 그 전에 자산회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NCR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증권이 매입약정을 이행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종금업무 만료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 10월전까지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자산인수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