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미안하지만, 윤석열 탄핵은 불가피"...최재형의 '답장'

by박지혜 기자
2025.02.25 09:11:3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법원장과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국민의힘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 1월 20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 전 의원은 25일 SNS를 통해 “며칠 전 고교 동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며 “‘헌법재판소에서 청구인 측 주요 증인들의 진술이 거의 가짜임이 드러나고 내란 프레임도 성립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하면서 ‘우리 당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도 보수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내용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 같은 친구의 문자 메시지에 최 전 의원은 “대통령의 구국의 결단이라고 하더라도 군 병력을 국회의사당에 진입시키고,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령한 것만으로도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며 “결코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탄핵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러한 경우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권력자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정치력을 발휘해 나라를 이끄는 어려운 길보다 군병력을 이용한 비상조치라는 손쉬운 수단을 쓰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고 우리 정치는 1960년대로 퇴행할 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난 윤 대통령이 헌재 심판 과정에서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온 내가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것을 왜 몰랐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 길만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없다.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인 군인들은 군인으로서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사소한 단어나 지엽적인 사실로 변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최 전 의원은 “나의 오랜 법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홍장원(국정원 전 1차장)이나 곽종근(특전사령관)의 진술이 지엽적인 사실에 대해 오락가락한 부분이 있지만 큰 틀에서 일관성이 있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 병력을 진입시킨 것이 계몽령이고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주장은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수 세력까지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적었다.

최 전 의원은 “네 생각이나 기대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데, 우리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을 중심으로 한 반(反) 대한민국 세력을 꺾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이고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마도 우리의 예상보다 일찍 치러질지도 모를 반 대한민국 세력과의 싸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승리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11차이자 마지막 변론기일은 25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이후 73일만,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는 85일 만이다.

이날 변론의 마지막 순서로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시간제한 없는 최후 진술이 진행된다.

정 위원장은 최후진술서에 국민의 목소리를 담겠다며 지난 주말 SNS에서 댓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피청구인 윤 대통령이 왜 파면돼야 하는지, 윤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지금까지 어떻게 주장했는지, 민주주의와 헌법의 적인 계엄 내란 사태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등을 담은 진술을 10시간에 걸쳐 준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구치소에서 육필로 최후 진술서를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에 이어 전날까지 대리인단과 접견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막바지 변론 전략을 논의한 걸로 전해졌으며, 비상계엄 이후 국정 혼란에 대한 유감 표명과 국민 통합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