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신세계, 이베이코리아 인수 `승자의 저주`?…M&A와 주가 향배
by양희동 기자
2021.06.28 11:00:00
SK·현대차·현대重 사례…단기 하락 또는 박스권
하이닉스·기아 인수로 중장기 주가 5~13배 올려
M&A 이후 성장성와 사업 시너지 등이 주가 변수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3조 4404억원(지분 80.01%)에 단독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단숨에 국내 2위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그러나 신세계와 컨소시엄을 꾸리려던 네이버(035420)가 앞서 발을 뺀 뒤 ‘승자의 저주’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네이버와의 협업 철회로 신세계와 이마트 등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여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주가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SK그룹과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추진했던 인수합병(M&A) 사례에선 주가 측면에서 M&A가 단기 악재였지만, 중장기적으론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해 최대 10배 이상의 주가 상승이 나타나기도 했다.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신세계(004170)와 이마트(139480) 주가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유력설이 공식화된 지난 16일 각각 30만 5000원, 16만 6500원으로 전일 대비 1.0%, 3.4% 올랐다. 그러나 네이버의 인수 참여 철회로 주가가 하락세가 이어지며 단독 인수를 공시한 24일엔 각각 27만 7700원, 15만 7000원을 기록하며 16일 대비 9.2%, 5.7%나 하락했다. 이베이코리아 단독 인수에 대한 불안감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증권업계는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시장 점유율 확대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 가격에 대한 고평가 논란과 이베이코리아의 성장 정체 등 부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올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향후 경쟁 심화와 실적 부진 불확실성이 주가 상승을 누를 수도 있어, 주가는 당분간 박스권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실제 현대차그룹과 SK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추진했던 기아(000270), SK하이닉스(00066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의 M&A 사례를 보면 인수 공식화부터 마무리 시점까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며 단기적으로 하락 또는 박스권에 머물렀다.
국내 M&A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SK그룹의 SK하이닉스 인수도 2011년 7월, STX그룹과 경합을 벌일 당시에는 사업 부실 위험이 부각되며 주가에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SK그룹이 SK텔레콤(017670)을 통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2011년 7월 8일 당일 SK텔레콤 주가는 전날보다 3.3% 하락한 14만 9500원을 기록했다. 또 SK그룹 편입이 마무리된 2012년 2월 14일엔 주가가 13만 7500원으로 인수 과정에서 8%가 더 떨어졌다. 같은기간 SK 주가는 12만 6500원에서 12만 2500원으로 3.2% 하락, SK하이닉스 주가는 2만 6600원에서 2만 7550원으로 3.4% 오르는 수준에 그치며 박스권에 갇혔다.
현대중공업도 2019년 1월 31일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공식화하며 주가(현대중공업지주(267250) 기준)가 4.5% 하락한 7만 1800원을 기록했고, 인수가 마무리 되지 않은 현재까지 7만원 초반대(25일 종가 7만 2500원)에 머물고 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인수 공식화 당일 장중 4만 4000원으로 고점을 기록(종가 3만 7000원)했지만, 2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3만원 중반대(25일 종가 3만 5950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기아를 인수한 현대차(005380)의 경우 인수 발표일인 1998년 3월 23일 주가가 2만 3800원이었지만, 인수 계약을 체결한 그해 12월 1일인 1만 6000원으로 주가는 반토막났다. 기아도 같은기간 7080원에서 2050원으로 71%나 주가가 빠졌고, 그해 7월엔 인수 발표 시점 대비 ‘10분의 1’ 수준인 700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성장을 통한 불확실성 해소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등의 사례를 보면 M&A가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락을 불러왔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의 주가도 SK그룹의 경우 인수 발표 이후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SK와 SK텔레콤은 2.5배, SK하이닉스는 5배 가량 상승했다. 특히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더불어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036490)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이뤄 기업의 체질까지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현대차와 기아는 주가가 인수 이후 각각 10배, 13배나 뛰어올랐다.
신세계그룹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e커머스 분야 경쟁력 확보가 이후 주가 향배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그룹의)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아 왔다”면서도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 약화가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에서 나타난 결과물이라면, 인수 이후엔 경쟁력 고취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