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화장실 2분' 논란에…軍, '익명' 보장된 신고앱 개발 '검토'
by정다슬 기자
2021.05.07 12:09:12
군 내 고충 처리·소통시스템 정상적 작동 안해
휴대전화 군 소통·병역문화 혁신에 기여
훈련병 위한 샤워시설 화장실도 신속하게 확보할 것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국방부가 군대 내 인권 침해·소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익명성’이 보장된 신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7일 서욱 국방부장관 주재로 열린 제11차 전국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군 내 고충 처리·소통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이유를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 내 고충처리체계가 신고자의 익명성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유로운 의견 제시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이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병영 제도개선이나 공익제보의 경우, 신고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장병이 휴대전화를 통해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별도로 신고 채널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신상 공유가 필요한 개인 고충 상담, 범죄·부패 신고 등은 국방헬프콜을 중심으로 처리하되, 고충 처리가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국방부와 각 군 정책부서가 협업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익명 신고 앱 개발 추진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부실급식, 훈련병 인권 침해 문제 등 부대 내 문제가 군 자체 시스템에서 개선·해소되는 것이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폭로되거나 외부기관에 제보되고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4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육군훈련소 인권침해 인권위 직권조사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6일 육군훈련소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훈련병들에게 3일간 양치와 세면을 금지하고 화장실을 통제하는 등 과도한 방역지침을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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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인권침해 제보에 따르면 한 육군훈련소에서는 생활관별로 화장실 이용 시간을 단 2분씩 허용하고, 2분이 지나면 다음 차례 화장실 이용 기회를 박탈했다. 화장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 번에 여러 명이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코로나19 감염이 확대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화장실 이용 시간은 5시간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한 번 기회가 박탈당하면 10시간동안 화장실에 갈 수 없다.
이같은 상황을 신고할 경우, 죽여버린다는 폭언 속에서 훈련병은 소변을 참기 위해 물과 우유를 마시지 않거나 용변이 급한 훈련병들끼리 화장실 이용순서를 가지고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배탈이 난 훈련병이 화장실 사용을 요청하자, 분대장 조교가 단체 방송으로 공개 망신을 줬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또 1·2차 PCR검사가 끝나기 전 공용정수기를 이용하지 못한 훈련생에게 하루 500㎖ 생수 한 병만 제공해 충분한 수분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신고도 있었다.
서 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주요 직위자와 지휘관에게 “우리 장병들은 디지털 문화에 기반한 소통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세대”라며 “장병들의 휴대폰 사용은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기계발 여건을 마련해주는 한편, 우리 군의 인권 개선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군내 고충처리 체계와 장병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진실한 마음과 열린 마음으로 현장에서 장병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방부는 각 군의 훈련병에 대한 방역지침을 점검하고, 인권 침해 요소는 즉시 개선 조치하고 부족한 샤워시설과 화장실을 신속하게 확보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훈련병들에 대한 상담지원과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훈련병의 생활 모습, 일과 등을 다양한 소통창구( 홈페이지, SNS 등)를 통해 적극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