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前대통령 장남,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상보)

by경계영 기자
2016.04.04 11:53:16

[이데일리 경계영 피용익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씨가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뉴스타파가 중미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 높은 ‘모색 폰세카’의 1977~2015년 기록을 담은 내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면서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 이름 195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 측은 이 가운데 한명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씨가 포함돼있었다고 밝혔다.

노씨는 2012년 5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원아시아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GCI Asia(지씨아이 아시아) △럭스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 등 회사 세곳을 설립했다. 이들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페이퍼 컴퍼니로 이 가운데 럭스인터내셔널의 주주는 GCI아시아와 노씨 둘뿐이었다.

노씨는 2013년 5월24일 이사직을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첸 카이(Chen Kai·원시아시아인터내셔널·GCI아시아)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김정환씨(럭스인터내셔널)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타파 측은 “조세도피처에 자본금 1달러짜리 법인 명의로 계좌를 만든 것은 국내 조세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하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재산을 은닉하려는 의도가 충분했다고 뉴스타파 측은 주장했다. 2011년 말 노재헌씨의 부인이자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딸인 신정화씨가 홍콩 법원에 이혼 소송과 재산 분할 청구를 함께 제기했고 홍콩 법원은 노씨 재산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재산을 공개할 위기에 놓이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재산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

페이퍼 컴퍼니가 SK그룹의 자금 세탁 통로로 이용됐을 가능성 또한 제기됐다. 노재헌씨가 등기이사로 있던 인크로스는 성장 과정에서 대부분의 매출액이 SK그룹에서 발생하고 SK 계열사를 인수하는 등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위장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뉴스타파 측은 “이번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인크로스가 홍콩에 현지법인을 만들기도 했다”며 “만일 이번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가 인크로스와 관계돼있다면 최태원회장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추론했다”고 덧붙였다.

세무당국은 탈세 혐의를 포착하는 즉시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제 공조를 통해 한국인 명단을 확보한 뒤 탈세 혐의와 관련 세원이 포착되는 경우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013년 뉴스타파가 버진아일랜드나 케이만 제도 등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 탈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원본 자료를 입수해 세무조사를 벌여 48명으로부터 1324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