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다슬 기자
2013.07.31 15:07:09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정치적 멘토인 최장집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과 민주당이 현 정국에 대한 진단과 그 방향을 두고 충돌했다.
최 이사장은 현재 야당 무능론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민주당의 리더십 부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안 의원의 침묵을 지적하며 정작 정치혐오와 불신을 부추기며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장집 이사장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야권의원 공부모임)에서 강연자로 나서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정당정치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연달아 패배하면서 힘의 균형이 보수정당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민주당이 정당으로서의 집단 리더십을 상실하면서 이러한 불균형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민주당은 그동안 여러 형태의 정당개혁을 해왔지만, 그 방향은 오히려 민주당을 허약하게 하는 쪽으로 작용해왔다”며 “그 결과 민주당은 정당으로서 집합적 리더십을 가지지 못하고 각 의원들이 1인 정당 역할을 하는 양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의 정치력 부재가 이번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과 서해북방한계선(NLL) 정국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를 약화시키기 위해 이슈를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는데 이에 민주당이 말려들었다”면서 “민주당은 이제라도 이를 분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최 이사장의 진단에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정당 리더십과 집합적 행위 부재라는 지적은 매우 진중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것은 비단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닌 이 나라 정당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또 ‘안철수의 새정치’가 아직까지 그 모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민주당과 같이 야당에 묶여있는 안 의원측이 외형적으로 공개적으로 충돌해서 그 방안을 공유해야 하나의 대안적 야당의 공통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여전히 침묵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안철수 새정치’ 프레임이 오히려 정당정치를 혐오하고 약화해 정당정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최근 민주당이 기초선거 공천제도를 폐지한 데에는 안 의원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으나 안 의원의 주장으로 공약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 역시 민주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민주당의 대중적인 허약함과 함께 안 의원의 영향이 컸다”며 “지난 대선기간 안철수 세력과 정치적 협상을 하면서 봤던 새정치 실상의 허망함에 대해 좌절을 많이 했고, 그것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없었던 민주당의 무력함도 안타까웠다”고 일침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안 의원 측 역시 국정원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이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반성한다”면서 “그러나 안철수 새정치 그룹도 여기에 나서야지, 구경꾼으로 지켜보다가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가 옳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 이사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잇단 비판에 “민주화 투쟁을 하는 민주당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과연 저 당이 선거에서 이겨서 현재 정부보다 잘할 수 있느냐는 신뢰를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며 “투쟁성보다는 평상시에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조사도 핵심적인 문제라고 보지만 이것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