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배장호 기자
2005.12.15 16:35:05
SK텔레콤·삼성전자 보유 부동산 매물로 내놓아
패키지매물 `끼워팔리` 주의..매도자 우위 시장상황 고려해야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부동산 경기 하락세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는 부동산펀드들이 최근 여러개 중소형 부동산을 일괄 매입하는 이른바 '패키지(package) 매물'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은 자사 보유 빌딩 4개와 기지국 40개, 나대지 50만평을 매각키로 하고 지난 12일 투자제안서를 접수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한 자산운용사에 따르면 이달 20~21일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는 맵스자산운용 등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부동산펀드 운용사 뿐만 아니라 C9, 코람코, JP모건 계열의 DBPA 등 부동산자산관리회사(AMC)들이 리츠(REITs) 형태로 참여했다. SK텔레콤이 제시한 일괄매각 단가는 대략 2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자사 보유 오피스빌딩 6개를 매물로 내놓고 부동산펀드 운용사들과 매각협상을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평동, 잠원동, 양재동, 파워팰리스상가 등 서울 소재 건물 4개와 인천과 부천 소재 각각 1개씩이다. 일괄매각 단가는 대략 1200억원 수준.
이런 트렌드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예전과 같은 아파트 신축 수요를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더이상 사들일만한 대형 오피스빌딩도 남아있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한다. 패키지 건물이라고 특별히 투자매력이 더 큰 것은 아니란 소리다.
실제로 펀드의 패키지 매물 투자는 여러가지 문제 소지를 안고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종래 한개 펀드가 한개 부동산에만 투자하던 것보다 여러개 부동산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패키지 매물은 오히려 더 불안전하는 지적이다.
패키지 매물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문제요소는 '끼워팔기'다. 이번 SK텔레콤 입찰 건에 참여하려다 중도 포기한 한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여러 물건 중 쓸만한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투자가치가 없는 것들이 많았다"며 "파는 쪽 입장에서는 이참에 필요없는 자산을 제값받고 팔수 있는 기회라 여길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매각 작업을 해왔던 삼성전자 보유 건물 6개도 이런 이유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동산은 지난 8월 조흥투신운용이 부동산펀드를 통해 매입하려 했으나 매매당사자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매수에 실패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도 ABS채권 발행을 통해 매수를 시도했다 같은 이유로 중단했고 지금은 다른 부동산펀드 운용사가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패키지 매물의 또 한가지 문제는 최근 부동산과 자금시장 상황과 맞물러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최근 금리급등으로 부동산펀드에 대한 투자매력이 떨어짐에 따라 매도자가 가격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계약 성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펀드가 종래 수준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다면 뭔가 하자있는 건물일 가능성이 크다.
경기침체기에는 보통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지만, 기업의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금융회사 부동산펀드 경우는 이와 반대다. 구조조정 용도의 매물은 끊긴지 오래일 뿐더러 금융회사가 경기침체기라고 해서 영업을 중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운용사 한 관계자는 "대규모 빌딩 하나에만 몰빵 투자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끼워팔기 개연성이 높은 패키지 매물에 투자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며 "펀드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투자대상 패키지 매물이 투자가치가 있는지를 미리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