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연간흑자' 다가선 쿠팡…점유율 확대만 남았다

by김혜미 기자
2023.08.09 11:39:32

쿠팡, 2분기 매출·영업익 모두 사상최대 기록
로켓배송 안정…로켓그로스·쿠팡이츠 연계 등 영향
2분기도 전통 유통강자 이마트 매출 넘어설 듯
신사업 투자는 신중…기준 충족 못하면 연기·중단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쿠팡이 4개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2010년 창업 이후 첫 연간 흑자 달성에 다가섰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만성적자에 시달렸지만, 핵심서비스 로켓배송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이제는 시장점유율 확대가 숙제로 남았다.

쿠팡의 흑자기조 정착은 기존 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명실상부 유통업계 1위였던 이마트(139480)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쿠팡에 밀리며 2위로 밀려났다. 오는 14일 발표될 2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쿠팡의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8일(미국 현지시간) 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매출과 활성 고객 수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등 ‘플라이휠’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올 2분기 7조6749억원(미화 58억3788만달러·분기 환율 달러당 1314.68원)의 매출액을 기록,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달러 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6%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40억원(1억4764만달러)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나타냈다. 순이익도 1908억원(1억4519만달러)로 전분기 기록한 1160억원(9085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쿠팡이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847억원, 당기순손실 952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개선이다.

쿠팡의 활성고객(쿠팡 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 수는 1971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0% 늘었다. 1인당 고객 매출은 296달러(38만9100원)로 전년대비 5% 증가했다. 고객 증가율은 지난 4분기(전년동기 대비 1% 성장), 올 1분기(5%), 올 2분기(10%)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현금 흐름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김 창업자는 “이번 분기에 12개월 누적 기준으로 영업현금흐름은 20억달러, 잉여 현금흐름 10억달러 이상을 달성했으며, 순이익도 1억4500만달러를 내며 4분기 연속 의미 있는 수익성을 달성했다”며 “10% 이상의 조정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마진율이라는 장기 목표 가이던스를 달성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쿠팡의 2분기 조정 에비타는 3억달러 규모로, 마진율은 5.1%를 기록했다.

쿠팡은 이번 분기에도 이마트를 넘어 업계 1위 매출을 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2분기 매출은 7조2930억원으로 193억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2분기 실적과 관련해 “깜짝 놀랐다. 언제까지 흑자가 이어질 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수치인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김 창업자는 컨콜에서 쿠팡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3년 내 5500억달러(70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국내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한자릿 수라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과 여행 등을 포함한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602조원 수준이었다. 쿠팡의 매출 수준을 고려하면 시장 점유율은 4.4% 정도로 추산된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쿠팡 제공
쿠팡이 경기침체와 국내 유통시장 성장 둔화라는 여건에도 불구, 2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간 것은 로켓배송 안정화 외에도 로켓그로스, 쿠팡이츠 연계 할인 프로그램 등의 도입이 영향을 줬다.

로켓그로스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입고부터 재고관리, 배송 등을 모두 책임지는 풀필먼트 서비스로, 김 창업자는 로켓그로스 성장속도가 다른 비즈니스보다 2배 이상 빠르다고 밝혔다. 4월 쿠팡의 와우 멤버십과 쿠팡이츠를 연계한 할인 프로그램 도입 역시 유료 회원 증가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되며 쿠팡은 서울에서 수도권,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츠 할인혜택을 선보인 지역에서 이츠를 쓰는 전체 와우 회원은 80% 늘었고, 평균 지출액도 20% 확대됐다.

김 창업자는 신사업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투자는 중단하거나 낮은 우선 순위의 투자는 연기했다고 밝혔다. 기본 지표에서 투자에 대한 확신을 지속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만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해 시작한 대만 로켓배송 사업도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창업자는 쿠팡이 지난 2분기 대만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에 올랐고, 대만의 로켓배송 출시 첫 10개월 동안 성과가 한국에서의 성장속도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올해 대만 사업과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 추정치는 4억달러로 예상됐다. 쿠팡의 신사업 부문 매출은 올 2분기 1억5629만달러를 기록했고, 조정 에비타 손실은 전년동기 대비 7600만달러 증가한 1억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쿠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