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병목發 상품 상승 쓰나미 온다"…한은 "물가 상승, 오래 지속 가능성"

by최정희 기자
2021.10.27 12:00:00

한은, BOK이슈노트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발표
"글로벌 공급병목 영향 아직은 제한적, 장기화되면 물가 상승 압력"
방역지침 완화하면 수요 증대로 물가 상승 가능성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목표치 2%를 넘고 10월엔 3%를 웃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물가상승세가 이제 초입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세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서비스 물가가 오르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상품 가격 상승 쓰나미가 덮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처: 한국은행)
한은은 27일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이라는 제하의 BOK 이슈노트를 통해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중국의 전력난,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물가 오름세는 국제유가 급등 등에 따른 에너지, 식료품 등 공급 측면의 물가가 물가 상승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식료품,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서서히 상승하고 있지만 주로 외식 등 서비스 물가가 주도하고 있다.



아직까진 소비자물가에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상품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9월 물가상승률(2.5%)의 0.1%포인트 정도가 공급 병목 현상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은 대규모 재정지출로 국민들에게 돈을 쥐여주면서 소비 증가를 이끈 영향에 병목 현상이 수요 증대에 맞춰 바로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물가상승률의 4분의 1은 병목 현상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미국의 내구재 가격은 9월 전년동월비 11.5%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0.7% 상승에 그쳤다. 차량용 반도체 부품 부족을 겪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 신차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대 상승률을, 미국은 8%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중고차(우리나라 집계 안함)는 20%대나 급등했다.

(출처: 한국은행)
문제는 미국의 상품 가격 상승이 강 건너 불이 아니란 점이다. 수입물가는 석 달째 20%대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생산자물가 역시 석 달째 7%대 상승하고 있다. 수입·생산자물가에는 공급망 충격이 반영돼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는데 아직까진 소비자물가로 덜 전가됐다는 평가다. 소비자물가로 전가될 수 있는 상황은 공급망 병목이 장기화돼 기업이 도저히 상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선 버티지 못할 때이거나 방역지침 완화에 수요가 증가, 상품 가격을 올려도 물건이 팔릴 때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이승철 물가동향팀 과장은 “수입, 생산자물가를 보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원자재, 중간재 측면에선 반영돼 있으나 기업들이 아직 소비자물가로 전가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 병목이 장기화되면 소비자물가에도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택 가격, 전·월세 가격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임금 상승이 물가로 전이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도 올 들어 전 산업 명목 임금 상승률이 높아졌으나 이는 기저효과와 제조업·금융보험업 등 특정 업종의 특별 급여 인상 때문이지, 미국처럼 광범위하게 임금 상승이 확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미국에선 일부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임금상승 압력이 물가에 전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임금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