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위 항공사의 몰락..경기둔화 못버텼다

by임일곤 기자
2011.11.30 14:35:18

AMR, 항공수요 줄면서 결국 파산보호 신청
항공업계 재편 촉발..1,2위 업체도 안심못해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미국 3위 항공사 아메리카에어라인의 모회사 AMR이 글로벌 경기 후퇴로 인한 항공 수요 감소 여파를 못이기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고유가와 인건비 상승이 지속되는 등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한데 반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 여파로 항공 수요가 줄어들면서 결국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3위 항공사가 무너지자 다른 업체는 물론 전 세계 항공업계에 미칠 파장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1년에 발생한 9.11테러 이후 10년 동안 미국 항공업체들은 수요 부진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 미국 항공 업체들은 파산보호를 신청해 오히려 체질을 강화해왔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챕터11`을 통해 비용과 자본 구조를 개선,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델타와 유나이티드-컨티넨털 등 미국 항공사들은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부분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세계 최대 항공사에서 미국 내 3위 업체로 내려간 AMR은 유일하게 파산보호를 신청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조종사들과 채권자들을 설득하면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높은 인건비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 및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한 노조와의 합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AMR은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 10월에 이미 파산설이 돌았고 전문가들도 다른 항공사들처럼 차라리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회사측도 이번 결정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AMR은 자회사인 지역 항공사 아메리칸이글을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난관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 발표에 대해 헬런 베이커 달먼 로즈앤코의 애널리스트는 "결국 올 것이 온 것"이라며 "모든 주요 미국 항공사들은 챕터11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MR의 파산보호 신청이 미국 항공업계의 합종연횡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컨티넨탈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경영을 통합, 세계 최대 항공사로 부상한 바 있다. 이같은 업체간 합종연횡은 경기둔화로 인한 승객 감소와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부담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AMR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업계 재편 바람이 다시 한번 불어올 전망이다. 다만 항공사 합병은 조종사들의 반발 및 반독점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AMR은 파산보호 신청에도 불구하고 자회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과 아메리칸이글은 정상적인 스케줄대로 운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위 항공사가 무너진데다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1,2위 업체도 안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