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양파값 파동에 `몸살`..인플레 걱정 가중

by김기훈 기자
2010.12.23 14:27:55

양파값 며칠새 2배 넘게 급등
`통신스캔들`이어 정부 입지 더 좁아져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만모한 싱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가 통신업계 부패 스캔들에 이어 이번에는 양파 가격 급등으로 궁지에 몰렸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 농산물 소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양파값은 1kg당 35루피에서 며칠 새 80루피로 두 배 넘게 껑충 뛰었다.


고속성장의 여파로 식료품과 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인도 국민으로서는 주 식재료인 양파 가격 상승이 반가울 리 없다.
 
지난 11일 기준 인도 식품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3% 올라, 전주 상승률인 9.46%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파는 인도인들의 주식인 카레의 핵심 재료 중 하나로, 양파 가격 문제는 인도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각돼 왔다. 역대 정부들은 양파 가격 조절에 실패, 그에 따른 정치적 대가를 치러왔을 정도다.

인도 정부는 양파를 비롯한 채소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이번 주 초 채소류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으며 이날에는 양파 수입 관세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으로부터 양파를 수입하는 것은 물론 이미 수출한 양파를 되사들이는 등 어떻게 해서든지 가격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으로 양파를 비롯한 채소 도매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매상인들과 중간유통업자들이 소매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탓에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은 여전히 높다.

싱 총리는 농업부를 비롯해 소비자 유관 부서에 채소가격 조절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아쇼크 굴라티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아시아지역 담당 국장은 "제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생산량이 감소, 채소 가격이 급등했다"며 "중개업체들의 투기 현상도 이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해 비판했다. 정부의 조치는 `집에 불이 난 후에 우물을 파는 꼴`이며 2개월만 앞서 나섰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양파값 급등 사태가 전체 식품 가격 인플레의 전조가 될 수 있으며 인도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파값 파동은 싱 총리에게 있어 정치적 시련을 안겨다 주고 있다. 싱 총리는 지난달 불거진 통신주파수 할당 입찰 부정 스캔들에 휘말려 청렴한 이미지에 크나큰 타격을 입었으며, 이번 양파값 급등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