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 일출·백야등대, 장엄한 불멸의 빛
by노컷뉴스 기자
2009.02.25 16:18:00
[노컷뉴스 제공] 1598년 12월 16일 새벽 충무공 이순신은 노량 앞바다에서 왜선 500여 척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암청색 여명이 걷히고 멀리 오동도가 핏빛으로 물들 즈음 이순신은 관음포로 패주하던 왜군을 추격하다 흉탄에 쓰러진다. 그리고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영화대사 같은 유언을 남긴다.
그날로부터 40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충무공 사당인 충민사가 위치한 마래산에서 맞는 여수 오동도의 일출은 그날 새벽만큼이나 장엄하다. 수평선에 드리운 짙은 구름 사이로 붉은 해가 솟는다. 이순신이 꿈꾸던 해양대국의 아침이 밝아오는 순간이다.
일제는 대륙을 침략하기 위해 한국인 노동자들을 동원해 쇠망치와 정으로 마래 제2터널을 뚫었다. 640m 길이의 터널은 이제 문화재가 됐다. 울퉁불퉁한 질감의 터널을 빠져 나오면 전라선 최고의 경치로 손꼽히는 구간이다.
여수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만성리 해수욕장은 전국 유일의 검은 모래 해변이다. 검은 모래가 눈을 뜬다는 음력 4월 20일에는 모래찜질을 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모래알처럼 모여든다.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여수는 구석구석 절경이 숨어있다. 그중 하나가 마래 제2터널에서 만성리해수욕장을 거쳐 신덕해수욕장에 이르는 만덕로다.
경남 남해도를 마주보는 만덕로는 곳곳이 해돋이 명소다. 남해도와 돌산 사이에서 솟은 해가 중천에 걸리면 바다는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인다. 바다에 떠있는 거대한 외항선과 무인등대, 방파제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검은 그림자로 변한 해송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화다. 여수반도와 돌산도 등에 둘러싸인 가막만은 호수처럼 잔잔한 청정바다다.
돌산도에서 돌산대교를 건너면 여수시내와 연결된다. 여수 시내에서 가막만을 왼쪽에 두고 화양면을 지나 백야도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여수의 비경이다.
여수반도의 남쪽 끝에서 2005년 준공된 325m 길이의 백야대교를 건너면 이순신이 난중일기에서 극찬한 백야도가 나온다. 이순신이 감상에 젖었던 그곳에 가막만의 입구를 밝혀주는 백야등대가 홀로 서있다. 백야등대에 서면 제도와 돌산도를 비롯해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야등대에는 묘한 포즈의 여인상 3개가 있다. 10여년 전 백야등대에 근무했던 안영일씨가 만든 조각상이다. 하얀 몸의 여인들이 등대지기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