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주용 기자
2007.01.16 16:26:52
`개헌 제안 취지설명` 잇딴 언론 접촉
"기자들 죽치고 앉아서…개혁 대상" 비판
일선 기자들 반발 자초…신뢰 형성될 기회 줄어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언론의 협조를 갈구하는 대통령. 연일 언론을 씹는 대통령. 두가지 욕망을 가진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같은 한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일(17일) 이데일리등 중앙언론사 편집국장, 보도국장 33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 목적은 개헌 논의 불씨 살리기.
청와대 윤승용 대변인은 "노대통령이 개헌 제안과 관련해 그 취지를 설명하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이날 자리에는 신문자, 방송사, 경제지, 인터넷 언론 등 모두 33개언론사의 편집국장, 보도국장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부국장 급이 대신 참석하지 않도록 했다"며 모임의 `순도(?)`도 강조했다. 지역언론사 편집국장, 보도국장도 추후 초청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어, 이병완 비서실장 주제로 언론사 정치부장 오찬 또는 만찬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18일 오찬에는 신문사, 같은날 만찬에는 방송사, 인터넷언론은 23일 오찬으로 일정을 잡았다.
내일 행사는 청와대 본관행사로는 근례없는 큰 초청행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날 행사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오프닝 인사말을 하고, 이어 자유토론 형식으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1시간 30분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논의 진행상 `언론의 방해`를 뚫는 작업과는 별개로 노 대통령은 언론 비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는 노 대통령은 "기자실에서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담합해 기사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날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계획`을 발표했는데, `출산비용지원`, `대선용 의심`으로만 보도된데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비판은, 이 건(件)만 본다면 경솔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노대통령에게 보고한 것과는 달리, 기자들에게 배포한 내용은 `출산비용 지원`이 거의 대부분이었다는 점, 유 장관이 대운하 건설, 철도 페리사업 등 야당의 대선공약과 비교해 말했던 점 등은 `대선용 의심`을 자초할 만했다.
청와대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어제 저녁 TV를 보고서 한 얘기인 걸로 보면, 보도경위에 대해 별도 보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보도경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TV보도내용만 문제 삼았다는 추측이다. 보건복지부 기자들의 집단 반발을 자초했다.
이는 평소 획일적인 언론보도에 대한 노 대통령 평소의 생각을 드러낸 것일 뿐,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87년체제가 허물어지는 것을 가장 완강하게 거부하는 게 언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몇은 하이에나이기도 하고, 불량상품이 도는 시장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인식아래, 노 대통령은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필요하면 언론을 만나고 동시에, 언론의 잘잘못은 언제든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오늘은 비판하고, 내일은 초청 간담회를 갖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비슷한 입장에서 언론 역시 오늘 노대통령을 비난하고, 내일은 초청에 응한다.
문제는 이런 이중적 태도로, 노대통령과 언론간 신뢰가 형성될 공간이 매우 좁아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