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직격탄 맞은 가계살림…실질소득, 5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

by조용석 기자
2022.11.17 12:00:00

17일 3분기 가계동향 조사결과 발표
3Q 가계 실질소득 -2.8%…3Q 기준 13년만 최대 감소
코로나 지원금 기저효과…이전소득 전년比 18.8%↓
가계 이자부담 본격화…정부 “경제상황 엄중히 인식”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지난 7월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가 가계살림을 직격 했다. 물가를 반영한 3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이 전년 대비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또 고금리 여파로 가계의 이자 비용 부담 역시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사진 = 뉴시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7~9월)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 9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3.0% 증가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2.8% 감소했다. 월급봉투에 찍힌 숫자는 늘어났으나 물가가 치솟은 탓에 실질적인 구매력은 떨어졌다는 의미다.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2021년 2분기 -3.1% 이후 5분기 만이다. 또 3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9년도 3분기(-3.2%)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세부적으로는 경상소득 중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은 각각 전년 대비 5.4%, 12.0% 증가했으나 이전소득은 18.8% 감소했다. 이전소득 중 특히 공적이전소득이 전년 대비 26.1% 감소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작년 9월 지급한 코로나상생국민지원금 효과가 없어지면서 사회수혜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 통계청)
소비 역시 고물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 3분기 월평균 소비지출은 270만 2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2% 증가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0.3% 증가에 그쳤다. 돈은 더 썼으나 고물가로 인해 실제 소비는 지난해와 비슷했다는 얘기다. 실질소비지출 증가폭은 지난달(0.6%)에 이어 두달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지출에서는 오락·문화(27.9%), 음식·숙박(22.9%), 교통(8.6%), 의류·신발(15.3%), 교육(8.2%) 등에서 증가했고 반면 식료품·비주류음료(-5.4%) 등에서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인해 외부활동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식료품·비주류음료 감소는 외부활동이 늘면서 집밥 수요가 줄어든 영향 등으로 보인다.



소득 중에서는 경조소득 등을 포함하는 비경상소득이 전년 대비 28.4%로 크게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로 경조사에 참석해 축의금 또는 조의금을 내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시계열로 보면 3분기 비경상소득은 8만 1000원으로 1분기(8만 8000원), 2분기(9만 2000원) 대비 낮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글로벌 통화긴축에 따른 고금리 영향도 가계부담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3분기 비소비지출(조세, 연금, 이자비용 지출) 중 이자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9%나 증가했다. 이자지출 증가폭은 2018년 4분기(21.7%)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2018년 이자지출 증가는 당시 부동산 열풍으로 주택 대출 총량이 증가한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3.0%)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이 과장은 “이자비용의 경우 아무래도 주택담보 대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쪽이 조금 더 금리인상이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향후에도 이자비용 지출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현 소득·분배상황을 비롯한 현재 우리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응 마련에 나섰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민생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두어 소득·분배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취약계층을 위한 고용·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물가안정 등을 통해 저소득층 가구의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민간을 중심으로 시장소득·분배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수출·투자 등 민간경제 활력 제고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