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정현 기자
2011.09.14 15:59:48
코스피 1800선 재붕괴..환율 1100선 돌파
금융시장 "리먼 사태 넘는 파장 올까" 우려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추석 연휴 동안 밀어닥친 `유럽 재정위기 태풍`에 국내 금융시장이 초토화됐다.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될 것이란 공포감에 주가가 폭락하고 원화값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가 부도 위험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영향에 외화 유동성을 나타내는 통화스왑(CRS) 금리도 줄줄이 하락했다. 주가 약세에 채권만 반사이익을 보며 강세를 기록했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지난 9일 종가 대비 63.77포인트(3.52%) 급락한 1749.16에 장을 마감했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1800선을 이탈한 채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장중 낙폭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연휴동안 그리스 재정위기를 풀기 위해 각국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상 부도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퍼졌고, 설상가상으로 프랑스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무디스는 이날 장마감 무렵 유럽 은행인 소시에 테제네랄의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크레디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Aa1'에서 'Aa2'로 떨어뜨렸다.
중국과 브릭스 국가가 유로존 국채를 매입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간밤 미국 증시는 반등했지만 국내 시장은 이틀간 나온 재료를 한꺼번에 반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다. 또 국제 공조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비관적인 전망에 힘이 실리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원화값도 급락해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100원을 4개월만에 뚫었다. 장초반 수출업체의 달러매도 물량이 나오긴 했지만 역외세력의 달러 매수에 밀려 1100원을 뚫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30.5원 급등한 1107.8원에 마감했다.
한국 CDS 프리미엄이 1년4개월만에 최고치로 오르자 외화자금 시장도 불안해지며 CRS금리가 전구간 35bp씩 하락했다. CRS금리란 달러를 조달하는 대신 주는 원화에 대한 이자로, 달러를 받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질수록 하락한다.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인 FX스왑포인트도 대부분 밀렸다.
채권값은 가격부담에 보합권에서 횡보하다가 막판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뚜렷해지자 오름폭을 확대했다. 3년만기 국채선물 9월물은 14틱 급등한 104.78에 장을 마쳤다.
유럽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못할 이슈라는 점에서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이 `풍전등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145억유로의 이탈리아 국채만기, 16일 유럽 재무장관 회의, 20일 미국 FOMC 회의, 22일 G20 재무장관 회의·브릭스 EU 지원회의 등 시장을 흔들만한 주요 이벤트도 줄줄이 대기해 있다.
국내 시장 참가자들도 점차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만 해도 시장이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리먼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파장이 클 지 가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 연구원은 "그리스 채무가 3500억유로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은행의 자산이 아무리 많다해도, 또 일부 디폴트에 그친다고 해도 파장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달러를 많이 풀었다고 하지만 시중에 도는 자금이 의외로 많지 않고, 유럽 은행의 달러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원화가 절하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연휴로 며칠 국내 금융시장이 문을 닫았으니 한꺼번에 (재료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고 외화 유동성은 아직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그리스와 프랑스계 은행의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건이며 필요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