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남창균 기자
2006.10.25 15:32:41
[이데일리 남창균기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설익은 신도시 발표가 가을 부동산 시장을 후끈 달구고 있다. 브레이크를 건다는 게 악셀레이터를 밟은 셈이다.
지난 월요일(23일) 아침, 추병직 장관은 기자실을 불쑥 찾아 신도시 개발에 대한 운을 뗐다. 구체적인 지역은 밝힐 수 없지만 이달 중에 분당급 신도시 2곳을 발표하겠다는 것이었다. 시장에 공급 쇼크를 주면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추 장관은 판교에서 떨어진 15만여명의 낙첨자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집값을 올린다는 뉴스를 접한 터여서 분당급 신도시를 공급하면 이들의 움직임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추 장관은 "수요가 있다면 갯수에 상관 없이 분당급 신도시를 공급하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그러면서 "(추가 공급되는 분당급 신도시에서) 양질의 저렴한 주택이 계속 공급되므로 지금 서둘러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조바심은 버리라"고 속에 있는 말도 했다.
신도시 발표(27일) 이틀 전인 25일. 부동산 시장은 추 장관의 기대와는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다. 신도시 후보지로 알려진 지역에선 미분양이 우려되던 아파트에 '밤샘 줄서기'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아파트 값은 하루 아침에 10-20% 이상 뛰었다.
서울지역 재건축 값은 신도시 발표와 무관하게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강북과 수도권 소형아파트는 품귀현상을 빚으며 가파른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정치권과 타 부처에서도 추 장관의 사전 발표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도시 후보지가 언론에 흘러나오면서 잠잠했던 곳까지 투기장으로 변했으며, 수요자들의 조바심을 달래기는 커녕 부추겼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경솔한 구두개입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버블세븐 논란(5월15일) 때에도 "지방부터 버블붕괴가 시작됐다"며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이 시작돼 10.29대책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약발은 잠시 뿐이었다.
이처럼 헛발질이 잦아지자 시장에서는 "추 장관의 말과 반대로 하면 돈 번다"는 재테크 법칙도 있다고 한다. 시장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정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추 장관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