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철 기자
2005.04.21 18:56:05
[edaily 이진철기자] 현대건설이 이란 사우스파에서 두번째로 대규모 가스플랜트 공사를 완공했습니다. 사우스파 4, 5단계 공사는 당초 공기보다 2개월 앞당겨 플랜트공사 사상 최단기간인 35개월만에 완공하는 신기록을 달성, 우리 건설업체의 기술력을 다시한번 세계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란 사우스파 준공식 현장을 다녀온 산업부 이진철 기자가 오일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피땀흘리고 있는 우리 근로자들을 보고 느낀점을 전합니다.
사우스파 현장이 있는 이란 아쌀루 공항. 동방에서 찾아온 방문객을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단 몇분도 서있기 힘든 뙤약볕과 후덥지근한 바람이었습니다.
곧바로 직원들이 묵고 있는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몸을 실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광경은 풀 한포기 없는 흙산의 연속. 말로만 듣던 열사의 땅은 황량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방문객들의 눈에 들어온 낯익은 간판들. HYUNDIA(현대), LG, DAELIM(대림). 여기가 우리 건설업체들의 교두보라는 사실을 알려주듯이 말없이 방문객들을 반겼습니다.
도착한 곳은 1단계에서 10단계까지 발주가 완료된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 시설공사 현장이었습니다. 국내 건설업체로는 현대건설 외에도 대림산업이 1단계 공사에 참여했고, GS건설(옛 LG건설)이 9, 10단계 공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흙과 돌 밖에 없는 사막의 한 가운데서 우리 건설업체들이 피땀흘리고 있는 현장 역시 섭씨 50도의 무더운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 탓에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의 얼굴들이 현지인과 구분이 안갈 정도로 검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사우스파 4, 5단계 현장 근로자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점심식사 후 3시간 정도 휴식을 제외하면 밤 10시까지 매일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본국으로 떠나는 휴가는 일반직원들의 경우 4개월에 한번 20여일을 다녀올 수 있는데 중요한 공정을 담당하는 임직원들은 행여나 공기에 차질이 빚지나 않을까 걱정돼 1년에 한번 밖에 휴가를 다녀오지 못했다고 하구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잊고 일했던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세계 32여개국에서 모인 근로자가 하루에 1만8300명, 일년으로 계산하면 9만5000명이 투입된 대형 플랜트 공사를 지휘하며, 세계 최단 기간내 공사를 마무리 짓는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 근로자들은 사막과 다름없는 현장 옆 조립식 막사에서 합숙하며, 유일한 여가생활은 족구로 만족하며 35개월을 지냈습니다. 사우스파 현장에선 `단 몇푼의 월급을 더받기 보다는 개인여가를 더 중요시한다`는 요즘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세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국내 건설시장이 연 100조원 안팎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국내업체들이 해외건설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더욱이 고유가로 중동 건설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 70년대 우리나라 경제부흥의 견인차 역할을 한 오일달러의 영광을 다시한번 재현하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정부도 모처럼 회복세를 맞이한 해외건설 진출을 더욱 활성화해 오는 2009년까지 140억달러 이상을 수주해 세계 시장점유율을 4%대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를 정하고 5년단위의 `해외건설진흥계획`을 올해부터 시행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해외건설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는 것도 직원들의 희생과 노력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건설기술직은 현장을 먹고 산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현장이 있으면 언제든 해외로 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하는 사우스파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에게서 우리 건설업의 밝은 미래를 찾았습니다.
비록 국내에선 집값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무수한 비난을 받고 있지만 해외 곳곳에서 땀흘리며 국위를 선양하는 우리 건설업체를 외국의 공사현장에서 만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중동 건설현장을 다녀오면 애국자가 된다고 얘기들 합니다. 너무나 정확한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