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명절 이후 손저림 심해졌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의심
by이순용 기자
2024.09.19 10:18:29
[홍인태 바른세상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주부 정 씨(50대 중반)는 지난 밤, 손 통증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평소에도 집안 일을 조금 많이 하면 손목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명절이라 주방 일을 많이 한 탓인지 유독 통증이 심했고, 손끝이 저려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 손이 저리고 터질듯한 느낌이 들어 밤새 손을 주무르며 자다 깨다를 반복한 다음날, 급하게 병원을 찾은 정 씨는 진료 후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평소보다 가사노동이 늘어가는 명절이 되면 손이 저리고 욱신거리는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늘어난다. 보통 마사지나 파스 등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 씨와 같이 손끝이 저린 느낌이 있고 밤이나 아침에 증상이 심해진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가사일을 하는 중년 여성에게서 잘 나타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16만 1,360명으로 전체 환자의 74.6%가 40~60대이며, 그 중 여성 환자가 약 76%로 남성보다 약 3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터널모양의 수근관안의 힘줄이 붓고 두꺼워 지면서 손목중앙 부분 아래의 정중신경을 압박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모호하여 방치되기 쉽다. 그러다 서서히 증상이 심해지면 일반적으로 엄지, 검지, 중지, 약지의 손가락 끝이 저리고 감각이 먹먹해지고, 물건을 잘 놓치고 떨어뜨리는 일이 생긴다. 밤에 잠을 깨게 만드는 손의 통증도 이 병이 악화되어가는 신호이다. 또 손가락 건초염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 손가락이나 손바닥이 부은 것처럼 느껴지고 손가락을 움직일때 뻣뻣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신경 손상이 진행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장기간 방치할수록 엄지 쪽 뿌리 근육이 약해져 집거나 쥐는 등의 손 기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라면 약물, 주사 치료 등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저림 증상이 심하거나 손바닥 쪽 근육 위축 또는 악력이 감소하게 되면 수근관을 넓혀주는 횡수근 인대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다. 가벼운 손저림이라도 증상이 1주 이상 지속되면 수부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손목 건강을 위해서는 명절이나 김장 등 손을 많이 써야 할 때는 손목 보호대를 착용해 최대한 손을 보호하고 틈틈이 손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 놨다하는 동작이 반복되면 손목 신경이 눌려 손저림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장을 본 후에는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드는 것보다는 무게를 줄여 여러 번 나눠 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