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상병특별법 거부권 건의…한총리 "위헌에 위헌 더한 법"(상보)

by이지은 기자
2024.07.09 10:44:08

한총리 주재 제30회 국무회의서 안건 심의·의결
"野 위헌성 한층 가중시킨 법안 또 단독 강행 처리"
"여야 간 대화와 합의 정신 복원…악순환 종결되길"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는 9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 건의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채상병특검법 재의 요구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지난 5월 21일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이 법안은 국회 재표결을 거쳐 5월 28일 폐기됐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당론 1호’로 채상병특검법을 재발의, 다시 단독 처리했다.

한 총리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첫 재의요구에 관해 “여야간 합의 또는 정부의 수용을 전제로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할 특검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고, 내용적으로도 삼권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법안을 국회가 재추진한다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는 게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과 의회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야당은 오히려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시킨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기존의 문제점들에 더해 기한 내 (특검) 미 임명시 임명 간주 규정을 추가시켰고, 특검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며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 기간 등도 과도하게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채상병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에 정부는 한치의 소홀함도 없을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간 대화와 합의의 정신이 복원돼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종결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이튿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0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전자 결재 방식으로 거부권 행사를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