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락한 증시, 지금 매수해도 될까요[궁즉답]
by김인경 기자
2022.02.27 17:41:59
과거 5번의 전쟁 이후 모두 증시 반등 성공
"전쟁 직후만큼 강한 충격 일어나기 힘들어"
미국도 긴축속도 가늠하며 '변동성 최소화' 노력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오히려 주식을 사라고 권고한다고 하는데요. 정말 지금 주식을 사도 될까요.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과거 전쟁 당시의 주가 통계에 비춰 본다면 매수에 유리한 시기로 보입니다. 이미 월가에서는 ‘현금을 가지고 있다면 저가 매수에 나설 때’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기간과 강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이번에도 반드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2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주(21~25일) 중 코스피가 1%대 반등을 보인 단 하루(25일)을 빼놓고 4거래을 모두 ‘사자’로 일관했습니다. ‘Buy the Invasion’, 즉 전쟁이 시작할 때 주식을 사라는 월가의 격언을 따르는 것인데요. 실제로 역대 국제사회의 전쟁 시기 주가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나쁜 전략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전쟁으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60년대 베트남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증시는 급락했지만 이내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1990년 8월부터 1991년 2월까지 7개월간 이어진 걸프전 때를 돌아보겠습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쟁 발발 직후인 1990년 11월까지 약 3달에 걸쳐 20% 급락하고 국제유가와 금값도 치솟는 혼란의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6개월 뒤 주가는 오히려 반등했습니다. 특히 국제유가는 1991년 1월 17일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자 33% 급락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탈 사건 등 총 5번의 전쟁 개시 상황 주가가 유사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알리안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전쟁 발발 직후만큼 강한 충격이 일어나지 않는 데다 중앙은행이 변동성을 억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장은 정치적으로, 지정학적인 충격에 의해 급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빠른 긴축을 예고하던 미국에서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을 향한 Fed의 첫발은 빅스텝(0.5%포인트)에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분위기입니다. 러시아가 주요 산유국인 만큼, 이번 전쟁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유가가 급등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물가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게다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가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봐가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긴축 속도를 늦추면 국내 증시를 둘러싼 외국인들의 매도 압력도 잦아들 가능성이 큽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장기적인 전면전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수준이 아니라면 파장은 기업의 펀더멘탈보다는 센티멘탈(투자심리와 수급) 측면에 그칠 것”이라며 “과거 사례에서 코스피는 전쟁 발발 전부터 단기 변동성이 컸지만 중장기로 보면 투매보다는 보유가, 관망보다는 매수가 유리했다”고 조언합니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진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등 강력한 경제 제재를 내세우면서도 우크라이나 영토 내부에서 직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진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전쟁 지형도, 미국의 입장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이 전쟁이 종결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증시의 급락이 저가 매수의 기회일 순 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글로벌 사회에 사는 그 누구도 편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