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깜짝실적에도 목표주가 인상은 '인색'

by김경민 기자
2013.04.08 14:01:08

국내 증권사 16개사 중 4개사만 목표가 올려
대외 불확실성 큰데다 주가도 제자리 '영향'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올 1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증권사들의 호평이 쇄도하고 있다. 비수기에도 선방했다는 평가와 함께 실적 전망치는 속속 상향조정하고 있지만 목표주가 올리기엔 인색한 분위기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낸 국내 증권사는 16곳이다. 이 중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신영증권, IBK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4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2곳은 삼성전자가 예상을 웃도는 좋은 실적을 거뒀다면서도 목표가는 그대로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잠정치는 각각 52조원과 8조7000억원이다. 애플과의 소송에 따른 충당금까지 일부 반영된 수치라는 점에서 깜짝 실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증권사별 삼성전자 목표가 현황(단위:만원)
그런데도 목표가 상향조정에 인색한 이유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이미 목표주가를 200만원 내외로 올려놓은 탓이다. 키움증권과 KDB대우증권이 210만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고, 우리투자증권도 이날 195만원에서 210만원으로 목표가를 올리면서 최고가 행렬에 동참했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가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목표가 상향조정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157만6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내내 150만원 부근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제 주가가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목표주가만 올리기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세계 경기 둔화나 엔화 약세 등 신경 써야 할 외부 변수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탁월한 시장 지배력에는 이견이 없지만, 외부 불확실성들이 많아 당장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홍성호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 실적을 고려할 때 현재 주가는 싼 편”이라면서도 “최근 국내외 정치적 불안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고, 엔화 약세도 부담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대내외 불안요소들이 해소될 때까지 목표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전문가는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목표가를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올린 경향도 있다”면서 “목표가와 현재 주가와의 차이가 커 당분간 목표주가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