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특집]돛 올린 국민레저 요트..이것이 진짜 블루오션

by이승현 기자
2011.11.08 16:20:00

귀족레저 벗어나 점차 대중화 마이요트시대 향해 쾌속 항해
세일 파워 크루즈요트등 다양 낚시 스킨스쿠버도 함께 즐겨
`정박시설` 마리나 속속 확충 코오롱등 대기업 참여도 늘어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울에 사는 김도영씨와 문정희씨 부부는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화성 전곡항에 있는 마리나로 간다. 요즘 세일요트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세일요트를 타고 한두시간 정도 돌고 나면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 특히 바다 한 가운데 배를 세워놓고 즐기는 시원한 맥주 한 캔의 여유는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김 씨는 바람과 배가 하나돼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갈 때는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김 씨 부부는 이런 즐거움을 위해 큰 맘 먹고 800만원을 주고 세일요트를 구입했다.

중국과 무역을 하는 정지철씨는 중요한 계약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중국 거래처 사장과 부산으로 갔다. 수영만에 도착한 정 씨는 클루저급 요트를 한 대 빌리고 거래처 사장과 함께 바다로 나갔다. 요트를 타고 한 30분 정도 나간 정 씨 일행은 배를 세워놓고 바다낚시를 즐겼다. 막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회를 떠 술 한 잔과 함께 즐기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거래처 사장도 매우 흡족해하는 눈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서 석양이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황홀한 경험이었다. 요트 빌리고 하는데 500만원이 넘게 들어갔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다. 계약이 잘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 동력을 이용하는 파워요트는 빠른 스피드를 낼 수 있어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해양레저가 새로운 즐길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레저는 골프, 등산, 스키 등 육지에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별화된 나만의 레저를 즐기고 싶어 하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요트가 서서히 붐을 일으키고 있다.
요트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벌써 100여년 전부터 요트를 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귀족을 중심으로 상류층에서만 요트를 즐겼으나 점차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귀족문화가 중산층까지 전파되면서 지금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 요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또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정도가 되면서부터 요트 문화가 개화하기 시작한다.

요트의 가장 큰 매력은 강이나 바다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홍차음료 광고의 카피처럼 `사람은 바다를 꿈꾸는 존재`다.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바다를 정복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세일요트는 다른 동력 없이 바람만으로 배를 움직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오직 자연과 하나 됐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세일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세일러들은 이런 세일링 요트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다.

동력을 이용하는 파워요트의 매력은 스피드에 있다. 선상 위에서의 체감속도는 자동차의 2배 이상이다. 파도를 거슬러 헤치며 달리는 맛은 요트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쾌감이라는 것이 요트족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게다가 크루즈급 요트에는 최고급 인테리어로 꾸며진 선실과 주방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호텔이나 콘도처럼 이용할 수 있다. 또 낚시나 스킨스쿠버, 제트스키와 같은 다양한 해양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트의 매력이다.



국내에서 요트 문화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배 정박 시설인 `마리나`가 필요하다. 자동차로 치면 주차장 같은 곳인데, 마리나는 단순히 배를 정박하는 것을 넘어 배 수리, 급전·급수·급유, 숙박, 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설치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바람으로 이동하는 세일요트는 자연과 하나되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어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16곳의 마리나가 있다. 대표적인 부산 수영만에는 선박 450척이 정박할 수 있고 레스토랑과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10여개의 요트수리업체가 입점해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요트 선진국인 미국은 1만2000여개, 독일은 2600여개의 마리나가 설치돼 있고,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570개의 마리나가 운영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해양레저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9년까지 전국 10개 권역에 마리나 43곳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5600여척의 요트를 정박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인프라는 요트가 다닐 수 있는 뱃길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개통된 경인 아라뱃길은 요트 산업에 있어서는 큰 호재다. 한강에서 출발해 서해안으로 이동하고 다시 제주도까지 갈 수 있는 장거리 요트 코스가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경인 아라뱃길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요트 업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요트업계 관계자는 "요트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강과 서해를 이어 요트 벨트를 구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업성이나 유지비용 등을 이유로 아라뱃길 사업을 중단한다면 향후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다시 사업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요트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지리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문화를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골프나 등산의 예를 봐도 분위기를 타면 급속히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요트 역시 이런 전철을 밟아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레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차세대 레저문화로 해양레저산업이 부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도 해양레저산업은 매년 10% 이상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트 문화가 확산되면 다양한 산업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리나가 조성되면 주변 지역의 관광산업이 발달해 어촌, 어항 상권이 살아나게 되고 이는 곧 지자체의 세수 확충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요트를 즐기기 위한 인프라 산업들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요트는 물에 떠다니는 건축물, 호텔로 표현되는 만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그 속에서 먹고 자고 노는 대부분의 활동을 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외식·케이터링 서비스와 낚시·스킨스쿠버 등 수상레저장비 산업이 수혜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요트 수리업과 요트 관련 보험, 대여업 등도 동반성장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화적인 면에서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요트 역시 사교, 접대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기업들에서도 요트 산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오롱은 계열사인 코오롱마린을 통해 미국과 영국의 유명 브랜드 요트를 수입 판매하고 있고, 대한항공은 인천시와 함께 왕산해수욕장 인근에 `왕산마리나 조성사업`에 참여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왕산레저개발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