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07.11.15 17:05:10
한나라-범여 공방 속..''공'' 검찰로 넘어가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전 BBK 대표 김경준씨의 송환을 앞두고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검찰로 집중되고 있다. 대선 판도를 좌지우지할 변수인 김씨를 검찰이 `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은 김씨가 이동 중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도록 첩보전을 벌이며, 그의 입을 봉쇄하는 작전에 들어갔다. 그의 돌출 발언이 언론을 타 대선 변수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넘어야 할 마지막 산이 김경준이라지만, 실상 구속수감 상태인 그의 입은 검찰이 틀어쥐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언제 어떻게 밸브를 여느냐, 또는 대선 전까지 막느냐에 따라 대선판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김씨 송환에 대비, 검찰을 겨눈 발언 수위가 날마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방호 사무총장은 “(검찰 수사에)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민란 수준의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검찰 어디서 김경준 귀국 공작을 하는지 안다"며 "집권하면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렇 듯 검찰을 향해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다. 과거 검찰 수사가 자신들에 불리한 쪽으로 흐를 때 "야당탄합"이라며 엄살을 부리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결기가 서려 있다.
`민란 수준의 대응`이란, 법이고 국가 기구고 뭐고 여차하면 사람들을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다. 또 홍 위원장의 발언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수사에 관련된 사람은 그냥두지 않겠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 법치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공당의 핵심인사들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무리하면서 까지 강성으로 나오는 것은 그만큼 검찰에 모든 것이 달려 있음을 증명한다. 한나라당은 김경준이 아니라 검찰과의 일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이 미리부터 이렇게 기겁하는 이유는, 검찰의 한마디가 얼마만한 파괴력을 지녔는 지 수차례 경험으로 뼈저리게 체득했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지난 8월 경선발표 직전 검찰이 도곡동 땅 소유자에 관해 '살짝' 언급하면서 당이 발칵 뒤집어졌던 기억이 있다.
비상체제이기는 범여권도 마찬가지. 김경준 송환을 계기로 총공세를 펼치는 것은 물론, 한나라당과는 정반대로 검찰이 대선 전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침묵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태세다.
검찰이 가진 물리적 시간도 촉박하다. 이달 25일이 대선후보 등록일이며, 이날을 넘겨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수사결과라도 발표하면 그야말로 대혼란이 예상된다.
현재로서 검찰은 어떻게 처신하든 정치적 중립을 지킬 묘수가 없는 형편이다. `삼성 떡값` 논란으로 신뢰와 권위가 추락한 검찰이 대선정국의 키를 틀어쥐고 있는 묘한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정치 컨설턴트인 폴컴 윤경주 대표는 "모두가 검찰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선거의 주인인 국민이 객체로 전락하고, 정책경쟁은 사라진 퇴행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