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버블이다" vs "버블아니다"

by남창균 기자
2006.05.16 15:26:29

버블이다 : 소득대비 주택가격 13.5배..90년대 초와 비슷하다
버블아니다 : 개발호재와 수요에 따른 집값 상승일 뿐이다

[이데일리 남창균기자]  정부가 지난 2-3년 동안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7개 지역을 '버블세븐(거품7)'이라고 지목하면서 집값 버블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15일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한 글에서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를 선보였다. 버블세븐은 강남 송파 서초 목동 평촌 분당 용인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일컫는 것으로, 2004년1월부터 2006년3월까지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26%로 기타 지역(5%)보다 5.2배 더 올랐다고 밝혔다.

또 버블세븐의 아파트 수(63만5000가구)는 전국 아파트(688만2000가구)의 9%에 불과하지만 공시가격은 252조7000억원으로 전국 아파트 값 총액의 29%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16일 KBS라디오에 출연, "서울 변두리와 지방은 집값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됐다"며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여건이 양호한 지역도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하락세로 반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집값이 가구소득과 비교한 주택가격 수준이 1990년대 초 주택급락 직전 수준에 이미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김경환 서강대교수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강남지역 거주자들의 소득은 40.6% 오른 반면 아파트 값은 111.6% 상승했으며 소득대비 주택가격도 13.5배로 선진국(5-6배)보다 월등히 높다"며 거품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융경제연구원은 구체적인 거품 수치를 내놓았다. 2004년 이후 강남11개구의 아파트 가격은 이자율 임대소득 세금 등을 고려해 산출한 적정가격에 비해 13.7% 높다는 것이다. 1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1370만원이 거품이라는 뜻이다.

주택도시연구원 지규현 박사는 "일본식 버블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남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강남 집값은 선진국 수준과 비교해도 너무 높다"고 말했다.

KOTRA 조사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최고급 아파트 평당 가격은 1억2000만~1억3000만원이고 영국은 9500만원, 일본은 6000만원 선이다. 선진국의 소득 수준이 한국의 2~3배인 것을 감안하면 평당 6000만원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정부가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7개 지역은 집값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전제하에 '버블세븐'으로 이름 붙였으나 시장에서는 버블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현 시세는 수급으로 정해진 시장가격인 만큼 버블이라고 싸잡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강남 일부아파트가 평당 5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내재가치를 넘어선 측면이 없지 않지만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정부가 몇 개 지역을 뭉뚱그려서 버블이라고 지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3.30대책에 앞서 강남과 분당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6가지로 설명했다. ▲우수한 주거환경을 갖춘 지역에 대한 진입수요 ▲8.31대책 미시행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한 매물감소 ▲판교 분양 기대감 ▲강남 개발호재 ▲이사수요 등 계절적 요인 등이 그것이다. 정부도 개발호재와 우수한 주거환경을 갖춘 지역에 대한 수요로 인해 값이 올랐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집값 상승 이유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버블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은 다분히 작위적이며 정치적이라는 게 일부의 평가다. 버블세븐과 그 외 지역을 분리해, '버블세븐은 나쁘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