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배운 기자
2023.12.21 11:21:33
추·윤 갈등 국면서 연속좌천 굴욕
尹 당선후 법무부 장관 파격임명
역량 보이며 차기 대권주자 부상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2022년 1월, 당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법정에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발언으로 어떤 피해를 봤느냐’는 검찰 신문에 “현직 검사로서는 유일하게 4차례 좌천당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제가 노무현재단 계좌를 추적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봤고 가족도 큰 상처를 입었다”고 규탄했다.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탄탄대로를 걷던 당시 한 검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를 지휘하면서 정권과 반목했다. 이어 ‘추미애-윤석열’ 갈등 사태가 본격화되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로 꼽히던 그는 4차례 연속 좌천되는 수모를 겪었고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돼 후배 검사들에게 수사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런 와중에도 한 검사장은 정권 주요 인사들과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며 윤석열 사단의 여론전을 주도했다.
그리고 2022년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법조계는 한 검사장의 거취에 일제히 주목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서울남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요직에 배치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고, 당시 한 검사장과 대립한 인물들은 ‘칼바람’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 전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 검사장은 검찰 내 요직을 꿰차는 차원을 넘어 법무행정과 검찰 인사 전반을 주무르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한 장관의 진노가 반영된 듯 이성윤, 이정수 등 ‘추미애 사단’ 인물들은 모조리 한직으로 밀려났고,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윤석열 사단’ 인물들은 다시 중앙 요직으로 불러들였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검찰수사권박탈(검수완박)’에 대해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명분 없는 야반도주극을 벌이느냐”며 검찰 수사권 회복을 공언하는 동시에 대대적인 권력형비리 수사를 예고했다.
법조계는 특수통 출신 장관이 검찰 관련 현안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이민청 설치 추진 △교정시설 인권 향상 △청년 빛 대물림 방지 △스토킹범죄자 전자장치 부착 등 민생과 직결되면서도 국민적 요구가 높았던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법무행정가로서의 역량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합동수사단 추가 설치 △검찰 조직개편 △대검 정보관리담당관실 활성화 등 검찰 수사권 회복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보수 지지층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야당이 반발할 때마다 한 장관은 “왜 검찰이 마약·깡패 수사를 못하게 막느냐”고 반박했고, 실제로 최근 몇년간 폭증한 마약 범죄 통계가 이 반박에 설득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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