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쓰고 은행 갈 판’...점심시간 셧다운에 고객 불만 확대
by전선형 기자
2023.03.30 11:02:56
60여 점포 점심시간 휴게...이달만 4곳 늘어
부산ㆍ대구 등 지방은행 중심으로 운영돼
''전 은행권 확산 될라''...소비자 우려 커져
|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촬영 이세원]<저작권자 ⓒ 2017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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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점심시간에 문을 닫는 은행 영업점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들은 ‘인원이 적은 곳을 대상으로 한 시범 운영’이라는 입장이지만, 그 기간과 숫자가 계속 늘며 전체 은행권으로 확산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영업점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 시간까지 줄자 고객들의 불만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영업점에 대해 점심시간 휴게 시간을 운영키로 했다. 점심시간은 12시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다. 대구은행은 지난 1월에도 김천혁신도시점, 상모사곡점, 해도동점에 대해서도 점심시간 휴게 시간을 운영키로 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의 점심시간 휴게 영업점은 10곳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 6일부터 강남대학교, 대진대학, 청주시청 등 3곳의 영업점에 대해 점심시간 휴게 시간을 운영 중이다. 지난 1월에는 공군교육사령부, 무열대, 충주공군부대, 포항해병대, 해군교육사령부,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등 6곳의 영업점에 대해 먼저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이에 KB국민은행의 점심시간 휴게 영업점은 총 9곳이다.
두 은행 외에도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점심시간 휴게시간을 두는 영업점은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부산은행은 올해 용당, 서면롯데1번가, 내성, 교대, 동아대, 사상구청, 서구청, 영도구청, 연안, 부산진구청, 북구청, 사하구청, 수영구청, 연제구청 신개금, 정관모전 등 총 29개 영업점에 대해 점심시간 1시간의 휴게시간을 운영키로 했다. 은행 중 가장 많은 영업점 수다. 이외에도 전북은행이 우석대, 완주군청지점 등 10곳, 광주은행이 동구청, 북구청, 서구청, 오치동, 대불산단, 한전, 목포시청, 화순전대병원, 여수시청 등 9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은 점심시간 휴게 영업점 운영을 하는 건 직원들의 휴식 시간 보장 때문이다. 해당 영업점 들은 대부분 관공서나 군부대 내에 들어가 있는 소규모 영업점인데, 점심시간에 직원 교대 운영할 경우 직원들의 원만한 점심시간 보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직원이 2명인 곳의 경우 경비나 보안 등의 이유로 1인이 영업점 내 있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해당 영업점의 특성상 점심시간에는 고객이 사실상 없어 운영을 하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시범운영을 거쳐 다른 점포나 타 은행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범운영이라고 하지만 점심시간 휴게 영업점 수가 늘어나는 분위기고, 시범운영 기간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은행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영업점 수까지 빠르게 줄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최근 5년간 총 570여곳의 영업점을 폐쇄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출장소를 제외하고 2018년 36곳이 줄었고, 2019년 50곳, 2020년 161곳, 2021년 169곳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154곳의 영업점이 폐쇄됐다. 은행들은 온라인 영업 확대로 인한 대면영업 수요 감소로, 임대료·인건비 등을 줄이고자 영업점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등에는 은행 점심시간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연차 쓰고 은행가야 하나”, “이미 대기시간 긴데, 더 늘어날지도” 등의 하소연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은행을 지킬 사람이 없다면 사람을 더 뽑으면 되는데 비용을 어떻게든 줄이려다 보니, 그 불편함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모양새”라며 “이미 코로나19 확산 이후 은행영업 시간을 줄인 뒤 정상 시간으로 원복하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린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